의료기기산업을 제약ㆍ식품산업처럼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러한 주장은 지난주 김기선 의원(새누리당)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의료기기산업 육성ㆍ지원법 관련 공청회에서 나왔다. 공청회는 의료기기산업을 활성화시켜 글로벌 산업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라고 김 의원 측은 밝혔다.

이러한 김 의원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의료기기산업 육성ㆍ지원책이 그동안 소홀하게 다뤄졌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동안 정부는 제약, 바이오산업에 대해서는 관련 법안을 마련해 기회있을 때마다 집중 지원책을 내놨으나 관련 의료기기에 대해 지원이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의료기기에 대한 집중 지원 문제가 거론된 것은 그나마도 다행이다.

현재 세계 의료기기시장 규모는 올해부터 연평균 6.4%씩 성장해 2020년에는 4358억달러(약 4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생명공학연구센터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 기관은 전망하고 있다. 미국이 1272억달러(약 140조원), 중국이 550억달러(60조5000억원)로 1~2위의 시장이 될 전망이라고 한다.

특히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전국 의료기관의 노후화한 의료기기의 전면 교체 계획을 이미 발표해 추진중이라고 한다. 전국의 의료기기 중 15%가 40년 이상 됐고 60%가 1980년대에 제조된 것이어서 환자들의 고급 의료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의료기기시장은 우리나라 국내외를 막론하고 혈압 혈당 비염치료기 안마기 등 가정용 기기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도 진료기술의 발전으로 첨단기기가 속속 등장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비해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의료기기 제조업체는 2786개나 된다. 그러나 이 중 81%가 종업원 20명 미만에 연간 매출액이 10억원도 안되는 영세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초음파 영상기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의료기기의 생산ㆍ기술 능력 면에서는 일부 첨단 분야의 엔지니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낮은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해외시장 개척이 어렵고 국내 대학병원에서도 외면당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의료기기산업을 제약ㆍ바이오산업처럼 집중 육성하고 세계시장에 적극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들 산업을 육성ㆍ지원할 법안이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로 영역을 둘러싸고 관할권 싸움을 벌일 일이 아니다. 정치권도 싸움만 할 일이 아니라 이러한 생산적 법률 마련에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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