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 농단 파장이 의료계에도 미쳐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러한 여파는 서울대병원(원장 서창석)이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성형외과의 김 모 원장을 강남진료센터의 외래교수로 위촉했다가 두 달 후 해촉하면서 비롯됐다.

의료계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서울대병원이 김 원장을 외래교수로 위촉한 데는 많은 의문이 있는 게 사실이다. 첫째는 김 원장이 운영하는 성형외과가 최순실ㆍ정유라 모녀가 자주 드나드는 의원이었다는 점이다. 둘째, 김 원장은 성형외과 전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의사였다는 점도 의문을 키우고 있다. 셋째, 김 원장의 처남 박 모씨가 운영하는 소규모 화장품ㆍ의료기기 업체가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 동행업체로 선정된 것도 이러한 의혹을 가능케 한다.

넷째, 박 씨가 운영하는 회사의 화장품이 청와대 선물용으로 공급됐고 의료재료가 서울에 납품됐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다섯째, 서울대병원 서 원장이 대통령 주치의에서 물러난 후 두 달만에 김 원장을 외래교수에 위촉한 것도 의심을 사고 있다. 강력한 힘이 있는 외부인의 청탁 또는 압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젊은 의사들이 서 원장의 해명과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에 외부 의료계도 동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 서울대병원장은 “최씨와는 일면식도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김 원장과는 평소에 알고 지냈었고 김 원장의 부인 박 모씨가 중국의 VVIP(매우 중요한 고위 인사)의 성형시술을 서울대 강남센터에서 받기를 원해 어쩔 수 없이 김 원장을 일시적으로 외래교수로 위촉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는 성형외과 진료 과목이 없을 뿐 아니라 해당교수나 의사가 아니면 진료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위촉했다는 이야기다. 서 원장은 그러나 중국의 VVIP가 약속대로 병원에 오지 않아 김 원장의 외래교수를 위촉 두 달 후 해촉했다고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의료계에서는 김 원장이 전문의도 아닌 데다 서울대병원 발전에 큰 공로를 세운 기록도 없이 누구나 얻고 싶어하는 서울대 외래교수에 위촉된 것은 막강한 외부의 영향력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대 내부에서는 젊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서 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이러한 의료계의 반발이 아니더라도 의료인이 정치에 물들여지고 정치에 영향을 받으면 의료전문인으로서 명예와 신뢰감을 잃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김 원장의 외래교수 위촉에 대한 서울대 병원 내부 종사자들의 실망감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서 원장의 해명으로 제기된 객관적인 몇 가지 의문들이 모두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

2014년 9월부터 거의 1년 6개월동안 대통령 주치의였던 서 원장이 청와대를 오가면서 최씨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는 해명도 믿기 힘들다. 따라서 김 원장의 외래교수 위촉을 둘러싼 의혹은 앞으로도 계속 서울대병원 및 의료계의 갈등 요인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 의료계의 신뢰 회복과 갈등 해소를 위해서도 이에 대한 명쾌한 진실 규명이 있어야 한다. 내부의 조사팀 구성이 어렵다면 검찰의 조사도 필요하다고 본다. 최씨의 손이 어디까지 뻗쳤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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