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계획을 세우면서 건강 계획도 빠지지 않고 세운다.

가장 흔한 것은 금연과 체중감량이다. 담배는 그냥 끊어버리면 되고, 조금씩만 덜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금방이라도 될 것 같으면서도, 매년 새로 다짐해도 1월을 넘기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다짐을 성공하기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비흡연자들이 흡연자들을 보면 도대체 ‘백해무익’한 담배를 왜 피우는지 의문스러울 때가 많다.

사실 흡연자들에게 물어봐도 딱히 담배를 왜 피우는지 대답을 못하고 "그냥 습관이지요"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한 달에 15만원에 달하는 담뱃값을 쓰고, 담배 피우러 나가느라고 업무 효율도 떨어지고, 비흡연자에게 불쾌감을 유발하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건강까지 생각한다면, 평균 수명을 줄이고, 폐암에 걸릴 확률을 22배나 높이는 물질을 본인이 돈내고 소비하는 것도 역시 비합리적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사실 금연을 원한다.

그렇지만 당장 흡연자들은 담배를 끊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금단 증상과 참을 수 없는 갈망이다.

흡연을 하면 뇌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니코틴 수용체를 자극하게 되고, 흡연에 따른 짧고 강렬한 자극은 니코틴 수용체를 증가시키게 된다.

이 니코틴 수용체는 니코틴으로 채워져야 하는데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담배를 갑자기 끊으면 마치 밥을 먹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집중이 되지 않고 불안해지고 초조해지고, 짜증이 나는데 이를 금단 증상이라 하고, 배고픈 사람이 밥을 찾듯 담배를 갈망하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흡연하게 되면 니코틴 수용체가 채워지면서 마치 며칠 굶은 사람이 밥을 먹은 것 같이 순간적으로는 안도감이 들고, 집중이 되고 마음이 편해지게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워야 집중이 되고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원래 비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집중을 잘하고 스트레스를 흡연자보다 더 받지도 않는다.

니코틴 중독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방법 중 금연의 약물치료가 있다. 니코틴 수용체를 약물로 채워주게 되면 흡연 욕구를 제어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금연을 석 달 이상 유지하게 되면 뇌가 정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래서 약물치료를 잘 사용하면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담배를 끊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약물치료와 함께 동기를 강화해주기 위한 상담과 자기 의지는 기본이다.

체중을 빼는 것은 기본적으로 들어오는 에너지와 소모되는 에너지 사이의 균형에 의해 결정된다. 들어오는 에너지는 결국 먹는 것에 따라 결정되는데,단기적으로 체중을 빼기 위해서는 결국 덜 먹는 방법 밖에 없다.

운동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만 식욕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식이 조절없이 운동만으로는 살을 빼기 어렵다.

예를 들면 조깅을 50분하고 나면 통상 250 kcal가 소모가 되는데, 이는 콜라를 한 캔 마시면 바로 채워진다.

일주일에 며칠씩 등산 다니는 아저씨들이 뱃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도 산에서 내려와서 먹는 막걸리와 전 때문이다.

결국 살을 빼기 위해서는 먹는 것을 통제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뇌의 식욕 중추를 억제하기 위한 약물치료가 나와있어 많은 사람들이 효과를 보고 있지만, 금연 약물처럼 단기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스스로 먹는 칼로리 목표를 정하고 이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한데, 요즘 이를 도와주는 '스마트폰 앱'들이 많이 나와있다.

예를 들면,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다이어트 앱은 'noom'이란 회사에서 나온 것인데, 한국계 CEO가 설립한 회사인 데다 한국 지사가 있어서 한국음식에 대한 정보도 잘 마련돼 있다.

먹은 내용을 입력하면 ‘내가 이렇게 많이 먹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고, 어떤 음식을 먹으면 칼로리가 적게 들어가는지에 대한 인식이 생기면서 자기를 관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1/2접시 같은 표현이 애매하기 때문에 정확한 양을 입력하는 것이 쉽지 않을 때가 있긴 하지만, 입력하는 것 자체가 자기 관리의 시작이며 핵심이다.

운동은 칼로리를 소모하면서 근육량이 늘게 돼 장기적으로 기초대사량을 늘려줘 가만히 있어도 칼로리를 소모하는 양이 늘게 된다.

Fitbit이나 zikto와 같은 activity tracker들을 이용하거나, 스마트폰에 내장된 만보계 기능을 이용하면서 하루하루 목표를 이뤄나가는 것도 자기 관리에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단기적인 보상을 계획하라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사람은 합리적이지 않다.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금연이나 체중감량보다 당장의 즐거움에 넘어가기 쉽다. 아직 건강한 젊은 사람들이 암이나 심혈관질환 예방을 목표로 건강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다.

금연을 유지하면 아낀 담뱃값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오겠다든가, 체중을 3kg 빼면 자신에게 새 몸에 맞는 새 옷을 사주겠다는 단기적인 보상을 하나씩 설정하는 것이 의지를 다져주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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