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마지막주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손문기)에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로부터 한통의 편지가 날아들었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2016년 하반기 ICH 총회에서 한국이 정회원으로 가입이 승인됐다는 통보 내용이었다.

2015년 7월 의약품실사 상호협력기구(PIC/S) 에 일본과 함께 가입 승인 후 연이은 쾌거였다. 특히 한국의 ICH 가입은 미국 유럽위원회(EC) 일본 스위스 캐나다에 이어 세계 6번째다.

세계 45개국이 회원국인 PIC/S 가입은 국내 생산 의약품 품질이 국제적 수준임을 인정받은 것을 의미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의약품 품질 등급 평가에서 자국내 생산제품(2순위)보다 우선하는 1순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ICH 가입은 국내 의약품의 허가 및 심사, 사후관리체계 등 의약품 규제의 모든 분야가 선진국 수준임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원국 내에서 생산한 의약품은 국제시장에서 일부 허가 요건 면제, 허가기간 단축, 조달 참여 등급 상향 등 혜택을 받는다. 지난 2년은 한국의 의약품 품질과 품질관리 및 감시체제가 세계 선진국 수준임을 인정받은 해였다.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한국의 이러한 위상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국내 제약계의 피와 땀이 만든 것이다. 안으로는 약가인하 압력, 밖에서는 특허 전쟁 등과 사투를 벌이면서 쉬지 않고 투자를 계속한 결과였다. 종근당 동아에스티 그리스탈지노믹스 유한양행 녹십자 SK케미칼 한미약품 일양약품 코오롱생명과학등의 신약개발과 기술수출이 그것이었다. 국내 제약계의 글로벌화 계획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제약계는 잇단 임상시험의 실패도 딛고 일어섰다. 이 때문에 상장제약사의 주가는 증시에서 롤러코스터처럼 출렁거렸다. 제약주의 평균 최고가와 최저가는 무려 233%나 오르내렸다. 성장통이었다. 그럼에도 현재 국내 제약주는 최저가 대비 39%의 성장세를 보였다. 새해에는 숨죽이고 있는 국내 경제의 희망을 주는 역할까지 떠 안아야 한다. 세계 7대 제약강국이란 목표를 향해 손을 잡고 함께 뛰어야 한다. 그래야 미래산업으로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

국내 의료계도 새해에는 감염병 후진국과 만성적 불신의 오명을 털어내야 한다. 지난해 지카바이러스, 15년만의 콜레라 발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중 최하위 수준인 결핵관리, 1회용 주사기 사용으로 인한 대규모 C형간염 재발생, 대규모 인플루엔자 발병등 구멍뚫린 감염병 예방망을 다시 손질해야 한다.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차움병원과 한 성형외과에서 보여준 차명 처방, 그럼에도 이에 대해 한마디 사과없는 의료계풍토도 사라져야 한다.

지금은 인공지능(AI)의사인 ‘왓슨’까지 등장해 의사를 돕는 최첨단 의료시대다. 또 연간 외국인 환자 50만명이 한국을 찾고 해외진출 의료기관의 수가 160개에 이르는 의료 국제화시대다. 국내 의료계도 이제는 눈을 크게 뜨고 세계를 바라봐야 한다. 사소한 눈 앞의 이익에만 매달리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의료를 서비스 산업으로 지정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언제까지 반대할 수 없다. 의료계와 제약계가 손을 잡고 대한민국의 경제를 견인하는 새 희망을 만드는 성장동력으로 확실한 자리를 굳히는 정유년 한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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