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오는 23일 국회에서 여ㆍ야당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건강보험료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시행돼 건보료 산정 기준을 직장가입자나 지역가입자 모두 소득 중심으로 일원화하기 위한 첫 단추인 셈이다.

건보료 산출 기준은 직장가입자는 급여인 반면 지역가입자는 부동산 등 재산과 소유차량 가격이 기준이어서 지금까지 형평성이 어긋나 줄곧 개편 논의가 끊이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들어서도 2013년 2월 당선자 시절 의료 분야의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됐으나 거의 4년이 다 되도록 아무런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복지부가 직장ㆍ지역가입자 모두 건보료 부과 기준을 소득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바꾸기로 하고 개선안을 마련했었다. 그러나 정치권이 총선과 대선 등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의식해 미뤄왔다. 이번에 복지부가 새로 마련한 개편안도 여ㆍ야당의 생각이 다르고 대선을 앞두고 있어 공청회 결과 개편안이 확정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여ㆍ야 정치권이 진정으로 민생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유권자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소신껏 형평성있는 개편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복지부는 정부안 발표에 앞서 개편방향에 관해 저소득층의 건보료 부담을 줄이는데 가장 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지역가입자의 재산ㆍ자동차 가격 기준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소득에 관한 비중을 상향조정하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복지부의 개편방향은 건보료 부과의 형평성을 잡기 위한 올바른 방향 설정이다. 특히 점진적, 단계적으로 소득 기준 부과의 폭을 확대하는 것은 처음부터 일률적으로 갑자기 소득 기준을 적용하는데 따른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하다.

지금까지는 지역가입자의 경우 부동산과 차량 가격 기준이다보니 소득없이 전ㆍ월세 집에 사는 사람도 전ㆍ월세 가격 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해 2014년 2월의 송파 세모녀 자살 사건같은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또 소득없이 소일하는 고령의 퇴직자에게 집 한 채와 차량을 갖고 있다고 해서 재직 시보다 2~3배 많은 건보료를 내야만 했다.

그뿐 아니다. 월급쟁이 중에서도 급여 외 고액 소득이 있는 사람은 급여에 대해서만 건보료를 부과해 형평성을 잃었다. 고소득 피부양자도 건보료를 내지 않았다. 이러한 불공평성은 이제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는 사회 불안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건보료를 내지 않는 월 수령 연금액 200만원 이상의 고액연금 소득자만해도 14만2000여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월 연금소득 300만원 이상인 사람은 3만여명이 넘는다. 그래도 이들은 모두 건보료를 내지 않는다. 연금 소득에 건보료는 내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의 경우 건보공단에 접수되는 민원 가운데 80% 정도인 5730만건이 불공평한 건보료 부과문제였다. 이러한 현상은 곧 정부에 대한 불만과 사회 불안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불공평한 제도를 바꿔야만 국민 불안은 줄어들 수 있다. 여당도 책임이 있지만 야당도 이를 지금까지 방관해온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따라서 여ㆍ야는 대선을 핑계로 건보료 개편을 미룰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확정안 합의에 주력하기 바란다.

저작권자 © 메디소비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