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예비후보들 간에 난데 없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아젠다를 놓고 정책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경쟁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가 최근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설치해 정부 주도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대선 예비후보인 안철수 의원이 "정부가 주도하면 안된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지원만 해야 한다"고 맞섰다. 또 유승민ㆍ남경필 바른정당 예비후보들도 곧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정책 구상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치권의 구상에 의료계가 깊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의료 분야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과 다른 산업 간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말한다.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 무인자동차 3D, 나노기술 등 6개 분야다.

그러나 이 가운데 가장 핵심은 ICT 기술과 융합한 헬스케어, 진단·치료기술의 개발이다. 이는 인간의 미래 건강을 책임지는 신기술이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헬스케어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스태디 스타 보고서에 따르면 ICT를 기반으로 하는 세계 의료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61억달러(약 7100억원)에서 오는 2020년에는 2340억달러(약 270조원)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주 펴낸 ‘의료기기 개발 전망 보고서’에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매년 12.5%씩 성장해 2020년 14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문제는 이를 이끌어갈 국내 기술진과 정책 및 법률 입안자들의 능력이 중요한 것이다. 현재 세계 각국은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을 눈앞에 두고 전쟁을 방불케 하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천문학적인 미래시장 선점을 두고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국내 사정은 앞이 보이지 않는 암흑 상태와 다름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치권이 온통 대선에만 몰입돼 있어 관련 입법이 국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사물인터넷등 첨단산업의 발전을 해치는 규제를 풀어주기 위한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야당의 반대로 10개월째 국회에서 잠들어 있다.

또 줄기세포 치료 활성화를 위한 첨단재생의료법, 원격의료에 관한 관련법 등도 야당의 반대에 부딪쳐 빛을 못보고 있다. 정부가 정책을 내놓는다 해도 걸핏하면 기업주를 구속하고 출국 금지를 하는 등 활동을 제한하는 여건에서는 맘놓고 세계 산업혁명의 물결에 동승조차 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부실기업 정리를 위한 산업의 구조조정도 야당과 노조의 정치 논리에 막혀 제대로 하지 못하는 판에 정치권이 새로운 산업혁명을 이끌 능력이나 있는지 묻고싶다. 대통령 직속의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설치해 산업혁명을 주도하겠다는 약속이 그래서 허무하게 들리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누가 주도하냐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의 의지 문제다. 기업과 정부 연구기관 정치권 등 산ㆍ학ㆍ연ㆍ관ㆍ정(産ㆍ學ㆍ硏ㆍ官ㆍ政)이 일체가 돼 조화로운 협력과 지원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정치권이 깊이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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