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 주말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2년 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에 대한 책임을 물어 병원 측의 피해 손실액을 일체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의료계로부터 너무 지나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진료 마비 현상을 초래해 피해액이 800억~1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전문사정인의 실사를 통해 피해액을 607억원으로 산정해 지난 10일 손실보상위원회를 열고 일체의 손실액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복지부가 이같이 결정한 것은 삼성병원 측이 2015년 5월21일 메르스 14번 환자가 발생한 후 이 환자와 접촉한 사람의 명단을 보고하도록 복지부가 지시했음에도 이를 제때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의료법에 규정된 복지부의 지도 및 명령에 따르지 않았고, 감염병 예방법에 규정된 역학조사에 응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메르스가 처음 발견된 것이 2015년 5월20일이었다는 점을 복지부가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당시 중동의 바레인에 다녀온 60대 남성을 처음 메르스 환자로 진단해 당국에 보고한 것은 삼성병원이었다.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메르스 환자여서 삼성병원은 물론 국내 의료계가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후 14번 환자가 하룻만에 발견됐고 이 환자가 접촉한 사람은 삼성병원 의료진을 포함한 일반 외래객 등 모두 600여명에 달했다.

짧은 시일 내에 이들 접촉자들을 모두 파악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했다. 그 뒤 메르스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삼성그룹 측은 이재용 부회장까지 나서서 진두지휘하며 6월14일 이후 7월20일까지 무려 40여일동안 병원을 폐쇄하기도 했다. 삼성병원 측으로서는 최초의 환자 발견과 병원 폐쇄라는 극단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는 것이 의료계의 평가였다.

접촉자 명단을 제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메르스 손실금 전액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더구나 삼성병원 측은 메르스 확산에 대한 책임으로 지난 1일 복지부로부터 업무정지 15일에 가름하는 806만2500원의 과징금까지 부과당한 상태였다. 이중처벌로도 볼 수 있다.

한 대학병원 측의 고위 관계자는 삼성이 최근 최순실 모녀 지원 의혹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자 메르스에 대한 책임을 가볍게 물을 경우 복지부가 화살을 맞을 것이 두려워 이같이 손실금 미지급 결정을 한 것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복지부가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이같이 결정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메르스에 대한 책임과 최순실 사태와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복지부가 삼성 측에 모든 잘못의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 측은 일단 복지부의 메르스 손실금 미지급 결정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법원이 여론에 기대지 않는 정확한 판단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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