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됨으로써 그동안 박 정부가 추진해오던 보건의료정책에 어떤 변화가 올지 의약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 탄핵으로 대선 일정이 두 달도 남지 않은 5월9일 전후로 예상됨에 따라 공직사회의 업무가 전면 마비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지, 어떤 정당이 여당이 될 것인지에 따라 의약정책도 지금과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어 더욱 그렇다.

현재 의료계에서 가장 큰 관심 대상은 건강보험체계의 소득 중심 전환과 의료 분야의 서비스업 지정을 명문화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은 그동안 여ㆍ야 간에도 이미 의견 일치를 보고 있고 정부안도 마련돼 있다. 문제는 시행 방법을 둘러싸고 그동안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 측은 단계적 확대를, 제1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빠른 시일내 시행을 주장해 왔었다. 따라서 이는 어느 정당이 집권할 것인지에 따라 그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정권 교체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의료 분야를 서비스산업으로 지정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여ㆍ야 간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이 법은 보건의료 분야를 공공부문에서 떼어내 서비스업으로 지정함으로써 각종 규제를 풀어 투자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고급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 이명박 정부 때부터 법 제정을 시도했었다. 그러나 병ㆍ의원이 대기업의 영리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의사단체와 더민주당이 줄기차게 반대함으로써 좌절됐었다.

현재 중국 싱가포르 등 경쟁국들은 해외 의료관광객 유치를 새로운 산업으로 보고 이미 의료기관에 호텔 명품상품관 쇼핑몰 등을 운영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서 일자리를 늘리고 관광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까지 톡톡히 보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만이 대기업 특혜, 의료비 폭증을 우려한 야당과 의사단체의 반대에 부딪쳐 해외 의료관광객을 모두 이들 경쟁국들에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더민주당과 의사단체의 이러한 주장은 사실 옳지도 않고 시대착오적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고 건보 수가 체계 안에서 진료비를 부담하는 틀에 맞춰져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이 의료기관에 투자한다고 해도 진료비를 미국처럼 멋대로 올리거나 폭등할 우려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더민주당과 의사단체가 의료비 폭등과 기업 특혜를 이유로 '의료=서비스업' 정책을 반대하는 것은 의료산업의 후퇴를 가져올 뿐이다. 대선 이후 정책 추진이 더 이상 늦어지지 않도록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법인약국 설립 허용과 건강관리 서비스 가이드라인 마련 및 한방물리치료사 도입 문제도 약업계의 최대 관심 과제다. 그러나 이들 과제는 이미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지난달 말 이미 재검토하기로 관련 부처 간 합의가 있었다.

정권교체기에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정이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문제가 드러난 과제에 대해서는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합당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외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정책이라면 원칙을 갖고 정권 교체에 상관없이 변함없이 추진해야 한다. 정부와 공직사회가 그 일을 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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