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편집국] 박능후 신임 보건복지부장관이 24일 취임해 업무를 시작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박 장관 본인과 배우자의 위장 전입, 세금 체납, 논문 표절, 아들의 건강보험료 무임승차 등 많은 의혹이 있었으나 모두 극복하고 장관에 임명된 것을 축하한다. 그러나 현재 복지부에는 숱한 난제들이 산적해 있어 박 장관의 앞날은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의사와 한의사 간에 첨예하게 맞서 있는 한의사에 대한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여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치매국가관리제 시행을 위한 예산 확보, 민간실손보험관리를 통한 건보재정 건전화, 감염병 관리체계 마련, 저부담ㆍ저수가ㆍ저급여 문제 등 말고도 넘어야 할 고비가 수두룩하다.

이 중에서도 박 장관이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되는 것이 의료산업 육성정책임을 상기했으면 한다. 박 장관은 이와 관련해 인사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의원들의 서면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원격의료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비스산업 육성기본법에서 의료산업을 제외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의료영리화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9년 간 이어져온 원격의료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등 일부 의료계는 크게 환영하고 있다. 그동안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가 동네의원의 밥그릇을 빼앗아 간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격의료는 단순한 밥그릇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국가들은 이미 원격의료를 전제로 의료기기 산업이 무섭게 발전하고 이는 4차산업혁명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수 천억원을 투자해 3D프린팅, 정보통신기술(ICT)과 로봇 및 신소재와 접목된 초음파영상기기 디지털X레이 등 의료기기 개발에 나서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던 참이다. 만일 원격의료가 중단되면 이들 업체는 모두 한국을 떠나고 일자리도 날아갈 수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세계는 지금 빅데이터, 재생의료, 정밀의료, 웨어러블기기, 인공지능 3D프린팅 등 혁신적 기술 등장으로 의료산업의 생태계가 요동치고 있다. 그 중심에 원격의료가 있는 것이다. 이를 의료영리화라는 이유로 폐기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담그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원격의료는 결코 동네의사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진료 범위와 기회를 늘려 의료의 공공성도 강화되고 동네의사의 수입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구더기는 제거 기술을 개발하면 무서울 것도 없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2015년 3710억달러에서 2022년 5300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중 미국이 43,2%, 일본 8%, 독일 7%, 중국 5.5%로 상위를 차지하고 있고 한국은 불과1.7%에 그치고 있다(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정진엽 전임 장관은 의사 출신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일찍부터 원격의료 시행을 강력하게 주장해온 그 분야 전문가다. 신임 박 장관은 복지전문가로 알려진다. 인터넷상 그의 경력은 대학 졸업 후 미국 대학에서 사회복지 박사학위를 받은 후 경기대 교수,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복지 관련 계획을 세운 것이 전부다. 의료 분야 정책에는 소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국회와 정부 일각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보건의료산업 정책을 주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 장관이 원격의료와 관련 의료산업 육성을 외면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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