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편집국] 살충제 계란 사태와 관련해 류영진 식약처장이 행정능력을 의심케 하는 어리숙한 대응능력으로 임명 한 달 만에 국회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는 사면초가의 신세가 됐다.

류 처장은 지난 10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국내산 계란에서는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나 검사 결과 닷새 만에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사실상 류 처장의 말이 거짓임이 밝혀졌다. 영국등 유럽 전역에서 살충제 계란 사태가 한창 확산되고 있을 때였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는 의원들로부터 국내 계란생산량, 소비량, 살충제 계란 유통량, 살충제계란 유통 지역 등에 대해 집중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답변은 “보고받지 못했다” “농림부 업무라 파악못했다” “추적하고 있다” “알아본 후 답변하겠다” “최선의 조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 고작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전문성과 행정 경험 부족에 무능력하다”고 류 처장을 몰아세웠다. 여당 의원들로부터도 “공부 더하고 나와라”는 비웃음이 나왔다.

류 처장의 미숙한 행동은 다음날인 17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 조정 점검 회의에서도 이어졌다. 이 총리가 식약처의 현안과 향후 준비에 대해 물었다. 그러나 이 처장은 답변을 못하고 우물거렸다. 그러자 이 총리로부터 “이런 질문은 국민이 할 수도 있고 기자들 브리핑에서도 나올 수도 있는데 제대로 못 할거면 브리핑하지 말라”는 핀잔까지 들었다. 언론들은 류 처장이 취임 후 한 달 동안 업무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살충제 계란 사태에서도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 처장은 부산대 제약학과를 나와 줄곧 개업약사로 일해왔다. 부산시 약사회장, 대한약사회 부회장으로 2012년 대선 당시에는 문재인 후보의 부산선거대책위원장으로 일했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민주당공동선대위원장으로 비례대표 20번을 배정받았고 지난 대선에서는 민주당부산시당 특보단장으로 전국약사 2345명의 문 후보 지지성명을 주도했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개업약사 출신으로 주로 정치권과 문재인 대통령후보 주변에서 기웃거렸을 뿐 전문연구기관이나 제약ㆍ약사 행정경험을 쌓은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류 처장이 중앙부처의 행정을 만만하게 여기지 않았나 싶다.

정치에서는 주위 사람들의 비위를 잘 맞추고 인기를 유지하면서 리더십을 인정받으면 윗사람으로부터 발탁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행정은 이보다 훨씬 세심하다. 행정은 국민을 위한 서비스 직종이기 때문이다. 또 행정 조치는 하나하나마다 국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류 처장이 보인 일련의 행동은 정치과 행정을 구분할 줄 모르는 무지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행동은 정부는 물론 정권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이어진다. 야당은 현재 류 처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처신할 지는 류 처장이 선택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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