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편집국]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12일 “원격의료는 의료기술의 한 분야로 가치중립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활용할 여지도 많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열린 복지부 국정감사 자리에서였다. 박 장관은 그러면서 “문제는 영리화로 연결되면 공공성 차원에서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고 했다.

말하자면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발전시켜 가는 문제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원격의료를 추진하지 않겠다” “서비스산업 육성기본법에서 의료산업을 제외시켜야 한다”고 했던 입장에서 크게 변화된 것이다. 비록 늦었지만 다행이다.

이러한 변화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1차회의 자리에서 “신산업 분야는 일정 기간 어떠한 규제없이 맘놓고 사업할 수 있도록 ‘규제샌드박스(Sandboxㆍ모래놀이상자)제를 도입하겠다”고 발언한 이후 나온 것이다. 그래서 더욱 주목을 끈다.

사실 ‘병원비 걱정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인 문재인 케어’의 성공을 위해서도 원격의료 허용과 의료산업화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현재 61%대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70%로 끌어 올리겠다는 정부의 공약에 국민들의 기대는 크다. 그러나 이로 인해 발생할 재정 악화와 보험료ㆍ세금폭탄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원격의료의 허용이다.

문재인 케어 정책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2030년에 이로 인한 재정 적자는 약 5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추정이다. 카이스트의 이민화 교수는 만일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의료산업화를 추진하면 이 중 상당부분 또는 대부분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의료의 산업화도 영리화 또는 환자 부담 증가를 이유로 마냥 반대할 일이 아니다. 어차피 국민들은 정부가 정한 의료수가만을 부담하기 때문에 병ㆍ의원이 영리화 추진으로 국내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병ㆍ의원도 일정 부분 영리 행위가 인정돼야 재투자를 할 수 있고 진료의 질도 높일 수 있다.

또 원격의료를 통한 만성질환자의 사후관리, 일반 외래환자의 원격헬스 케어서비스 등 디지털 헬스케어는 피할 수 없는 세계 의료계의 흐름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받는 환자의 수는 전 세계적으로 올해 180만명에 달한다. 2012년 30만명에서 무려 6배나 증가했다. 미국 영국 일본은 물론 대면진료를 고집하던 독일도 원격진료에 뛰어들었다.

이에 힘입어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수많은 첨단 진단수단 및 치료기기가 개발됐고 관련 산업이 번창 추세에 있다. 질병 치료, 제약ㆍ바이오 분야, 의료기기 등 보건의료산업의 고급 일자리 증가세도 다른 산업 분야를 압도하고 있다. 원격의료가 활성화되면 새로운 진료시장도 확대돼 일부 의료계가 걱정하는 동네의원의 몰락 현상도 없을 것이라는 게 학계의 주장이다.

복지부는 이제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의료산업화를 추진해야 한다. 복지부가 50~60년대식 의료의 공공성 유지 정책만을 고집하는 것은 우물안 개구리식 정책이다. 지금까지 원격의료와 의료산업화를 반대했던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도 과감하게 폐기하는 용기를 보여야 한다. 대한의사협회 등 일부 반대 단체들에도 설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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