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편집국]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민간보험사에 의료 빅데이터(big data-대용량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밝혔다고 주요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러한 박 장관의 발언이 전해지자 민간보험사와 제약회사ㆍ바이오 연구진은 큰 충격에 빠졌다는 소식이다. 심평원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보험 업무는 물론 한국인에 맞는 신약개발 사업에도 상당히 제한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박 장관의 심평원의 빅데이터 제공 금지 발언은 박근혜 전 대통령 정부가 4차산업혁명 촉진책을 모두 뒤엎는 조치라고 보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보건ㆍ의료 분야의 4차산업혁명을 촉진하기 위해 심평원의 공공빅데이터에서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환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지우고 환자의 진료기록을 보험사와 민간기업에 제공해 활용할 수 있도록 했었다. 이는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 미국 일본 등에서도 허용되고 있다고 한다.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은 그의 저서 ‘4차산업혁명’에서 “4차산업혁명은 반도체 PC 인터넷에 기반한 3차산업혁명을 토대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 3개 분야의 융합된 기술들이 경제체제와 사회구조를 급격히 변화시키는 기술혁명”이라고 정의했다. 이같은 이유로 지난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WEF 총회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경제 문제가 아닌 과학ㆍ기술 문제를 주제로 포럼을 갖기도 했다.

이미 세계 각국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의 4차산업혁명의 물결을 주도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독일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한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미국은 ‘산업인터넷 분야’를, 일본은 ‘로봇신전략’, 중국은 ‘제조 2025’ 전략을 추진 중이다. 나라마다 특성있는 산업과 신기술을 융합한 우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들 국가들이 환자의 개인정보를 제외한 진료기록을 민간에 제공하고 공유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관계 장관인 보건복지부장관이 앞장서서 심평원의 빅데이터를 민간에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나섰다. 4차산업혁명을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박 장관은 국민과 관련 업계, 연구기관에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세계의 4차산업혁명에 동승하기 위해 지난달 11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이에 힘입어 중소기업중앙회도 같은달 27일 ‘중소기업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일동제약을 비롯한 주요 제약회사들도 빅데이터를 이용한 연구 및 영업전략을 구상 중이다.

박 장관의 발언은 이러한 국내 각계의 움직임에도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지금 인류는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혁명의 문턱에 와 있다”고 했다.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 우려돼 기술혁명의 시대에 역주행할 수는 없다. 새로운 기술혁명에 따라 이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도 늘어나게 돼있다. 박 장관의 발언이 원시시대의 기술 수준에 만족하자는 뜻으로 한 말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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