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편집국] 정부가 26일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은 △전문의와 간호사 등 진료진의 외상센터 지원 기피 현상을 고려해 인력운영비를 추가 지원한다 △권역외상센터 내 각종 의료 시술 과정에서 과도하게 진료비가 삭감되지 않도록 수가 체계를 손질한다 △닥터헬기를 이용해 환자 수술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행위도 수가로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검토한다는 내용이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를 치료한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에 의해 국민들에게 중증외상센터의 실태가 일부 밝혀지자 서둘러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 교수는 북한 귀순병의 몸 안에서 “기생충과 옥수수 알갱이가 발견됐다”는 발언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한 정의당 의원이 이를 ‘인격 테러’라고 비난하자 이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냈었다. 이 교수는 자신이 소속된 병원 외상센터의 경우 “병상이 100개인데 환자는 150명이나 된다”며 “의료진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했다. “임신 6개월의 간호사가 수술실에 들어가고 손가락이 부러져도 일을 쉴 수가 없다”고도 했다.

이날 복지부가 발표한 내용은 의사ㆍ간호사들이 외상센터 지원을 기피해 인력이 태부족하니 이들의 인건비와 진료수가를 좀 더 올려주겠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것도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고 이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복지부의 대책이 성사될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 내년도 외상센터 관련 예산 편성 과정을 보면 이러한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당초 내년도 예산을 짜면서 외상센터의 예산을 올해보다 10% 정도 줄인 400억원으로 책정했었다. 올해 사용되지 않은 예산이 100억원이나 됐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이는 외상센터의 환경이 워낙 열악해서 센터 설립을 희망하는 의료기관이 없고 그러다 보니 예상했던 의사ㆍ간호사 등 인건비가 지출되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러한 현실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회 보건복지위에서도 처음에는 예산을 150억원 정도 삭감하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여당이 선거 시 득표에 도움이 될만한 아동 수당, 노인기초연금 인상에 몰두하느라 여ㆍ야 간 예산심의가 길어지고 외상센터 예산 논의가 뒷전으로 밀려난 탓도 크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초과하는 의료행위와 약제비에 대해서는 청구한 진료비를 깎도록 돼있다. 깎이는 비용은 고스란히 병ㆍ의원이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병원의 수익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병원장이나 경영진은 돈이 많이 드는 시술을 두고 의사들을 닦달하는 경우가 흔하다. 의사들이 진료에만 열중할 수 없는 환경인 것이다.

따라서 보건복지부는 이번 이 교수의 외상센터 실태에 관한 쓴소리를 깊이 귀담아 들어야 한다. 즉흥적인 인건비 지원 등으로 땜질할 일이 아니다. 또 외상센터와 같은 악조건 환경에 있는 곳이 산부인과 등 다른 과목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체 의료환경에 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말이다. 나라경제가 어찌 되는지 살펴보지 않고 오로지 유권자들이 좋아할 만한 복지 정책에만 복지부의 행정을 집중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항상 잊지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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