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강은희 기자] 아이가 태어나서 여섯 살이 될 때까지 접종하게 되는 예방접종의 횟수는 몇 번이나 될까? 국가필수예방접종만 따져도 20~24회, 선택백신까지 포함하면 접종 횟수는 총 37회로 늘어난다. 그 만큼 부모들이 기억하고 선택해야 할 백신의 종류와 수가 많고 아이들의 주사 스트레스도 크다는 뜻.

하지만 예방접종은 아이의 건강과 우리 사회 전체의 보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질환이 발병하기 전에 미리 막는다는 ‘예방’의 개념이 확립되기 시작한 것이 불과 50년 전이다. 예방접종이 시행되면서 수두가 사라지고 디프테리아, 백일해 등에 의한 사망과 질병을 크게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일련의 성과로 예방접종은 공중보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필수불가결한 예방접종, 일교차가 큰 10월에 특별히 유념해야 할 백신의 종류와 엄마와 아이들이 예방접종에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를 알아본다.<편집자 주> 

백신에도 계절이 있다! 10월에 눈 여겨 봐야 할 예방접종 

독감에 걸리면 열이 나고 온 몸이 아프고 기침을 하기도 하고 배가 아프기도 하다. 중이염, 폐렴 등 합병증을 잘 일으키고 심한 경우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다. 사실 독감이란 병은 이름과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심한 감기쯤으로 오해를 받지만 실제로는 감기와는 사돈의 팔촌도 되지 않는 전혀 다른 병이다. 세계적으로도 몇 차례 독감이 대유행해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

독감 접종은 보통 9월부터 시작하는데 올해는 독감 환자의 발생이 다른 해보다 빨라 8월 말부터 접종을 시작했으며, 가능하면 빨리 독감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독감 접종은 6개월 동안만 효과가 지속된다는 인식 때문에 늦게 접종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는 1년 미만까지 효과가 지속되므로 일찍 접종하는 것이 효과면에서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독감환자가 발생하면 한 달 반 정도 지나 독감이 유행하므로 미리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정훈 소아청소년과 의원의 하정훈 원장은 “올해 처음 접종하는 9세 미만의 아이들이나, 작년에 신종플루를 접종하지 않은 9세 미만의 아이들은 2회의 독감을 접종해야 하므로 가능하면 빨리 독감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독감백신의 경우 매년 세계보건기구에서 올해 유행할 것으로 추정되는 3가지 독감 바이러스를 예상, 전세계가 같은 약을 생산해서 접종하게 된다. 올해는 그 3가지 중 신종플루를 예방하는 독감 약이 포함됐다.

폐렴구균 백신, 7개 균에서 13개 균 예방으로 업그레이드

환절기를 맞아 독감백신과 함께 반드시 접종해야 할 백신이 있다. 바로 폐렴구균 백신이다. 1918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1년 만에 세계적으로 2000만 명이 넘는 사람을 사망케 한 인류 역사상 가장 무서운 전염병 중 하나였는데, 이후 밝혀진 것은 충격적이게도 스페인 독감으로 목숨을 잃은 많은 사람들의 사망 원인이 독감이 아닌 폐렴구균에 의한 2차 감염이었다.

폐렴구균은 수막염, 패혈증, 급성 중이염, 폐렴구균성 폐렴을 일으키는 균으로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16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폐렴구균성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이 중 70만에서 100만에 이르는 5세 미만의 소아가 포함돼 있어 영유아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질환이다.

폐렴구균의 종류에는 90여가지가 있는데, 대부분의 폐렴구균성 질환은 활동성이 높은 십여 가지의 균이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3년부터는 ‘프리베나’라는 폐구균 백신이 도입되어 7가지의 폐렴구균을 예방했다.

최근에는 추가로 6가지 폐렴구균을 더 예방할 수 있는 ‘프리베나13’ 백신이 개발돼 우리나라에도 도입됐다. 이미 50개국에서 허가 받았고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10여개 나라에서 모든 아이들에게 접종하는 국가 필수예방접종으로 도입됐다.

‘프리베나13’<사진 左>은 기존 프리베나와 마찬가지로 생후 2개월, 4개월, 6개월에 기초접종하고 12~15개월에 추가접종을 하게 돼 총 4회 접종한다. 기존 백신을 접종한 아기들도 추가로 6가지 폐렴구균에 대한 면역성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13가 백신으로 바꾸어 접종하는 것이 좋다. 기존 백신을 4회 다 접종한 아이들도 마지막 접종한 시기로부터 2개월이 지난 경우 프리베나13을 1회 추가 접종하면 마찬가지로 추가된 6가지 균에 대한 면역을 가질 수 있다.

하정훈 소아청소년과 의원의 하정훈 원장은 “폐렴구균백신을 생후 6개월, 3회차까지 잊지 않고 접종했다 할지라도 12~15개월 사이에 마지막 4회차 접종 스케쥴을 잊는 엄마들이 많다”며 “4회까지 모두 접종을 완료해야 폐렴구균이 98%수준까지 모두 예방되므로, 접종이 늦어졌다고 그냥 넘어가는 것보다 5세 미만이면 반드시 4회차 까지 완료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폐렴구균은 어린 아이들에게 병을 잘 일으키지만 나이가 많은 어른들에게도 병을 잘 일으킨다. ‘군집면역’이라고 해서 아이들에게 폐렴구균 접종을 하면 어른들도 관련 질환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대가족일수록 반드시 폐구균백신을 맞아야 한다.

백신에 대한 오해와 진실

<동시접종이 좋다(○)>

대한민국의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이 동시에 여러 개의 백신을 맞으면 몸에 무리가 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 미국에서는 동시에 접종할 수 있는 예방 접종은 반드시 한번에 접종하게 한다. 이렇게 하면 아이들의 주사 스트레스를 줄여줄 뿐만 아니라 병원에 방문하는 횟수를 줄일 수 있다.

또 동시에 접종한다고 이상반응이 증가하지 않고 효과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2개월 아기는 4가지 접종을 동시에 하고, 6개월 아기는 5가지를 동시에 접종한다.

<예방접종 전 미열이 있으면 접종을 미루는 것이 좋다(Ⅹ)>

감기에 걸려도 예방접종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판단은 의사가 진찰을 해야 알 수 있다. 대체로 39℃ 이하의 미열이 있는 경우는 예방접종을 하는데 별 문제가 없다. 그 외 항생제를 사용 중이거나, 모유를 먹이거나, 비특이성 알레르기가 있거나, 경련이나 예방접종 부작용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미리 의사에게 이야기 한다.

△예방접종 전 후 주의 사항 

<예방접종 전>

- 접종은 가능하면 오전에 한다. 최근에는 예방 접종의 부작용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오후에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 소아과에 갈 때는 반드시 육아 수첩을 지참한다.

- 가능하면 환자가 아닌 아이와 동행하지 않는다.

- 엄마가 직접 데리고 가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다른 사람이 데려갈 때는 아기의 현재 상태와 이번에 접종할 것이 무슨 백신이며, 몇 차 접종인지 적어서 보내라. 잘못해도 다른 것을 맞힐 수도 있다.

- 예방접종은 며칠 늦어도 괜찮다.

<예방접종 후>

- 접종 후 20분 정도는 대기실에서 아이의 상태 관찰

- 당일과 다음날은 너무 놀게 하지 말고, 하루 정도는 목욕 피해야. 하지만 간단한 샤워 정도는 OK.

- 열이 있는 경우, 접종 전이 아닌 접종 후에는 해열제를 먹여도 좋다.

- 문지르지 않고 살짝 눌러준다.

정리=강은희 기자

<도움말 하정훈 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자료제공 한국화이자제약>

저작권자 © 메디소비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