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편집국] 환자 본인이나 가족이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는 연명의료 결정법(일명 존엄사법)이 4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그동안 존엄사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던 의료계가 정작 문제점을 제기하며 반발하자 보건당국이 뒤늦게 법안 개정에 나서 상당 기간 후유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건당국은 존엄사법 시범운영 기간인 지난 석달동안 전국의 의료기관에서 환자 본인 또는 가족이 존엄사를 신청한 환자는 모두 54명이었고 이 중 4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 유사 시 연명의료를 포기하겠다고 사전 계획서를 제출한 19세 이상의 시민도 9300여명에 달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존엄사법 시행에 반발하는 것은 환자의 임종 여부 판단이 잘못됐을 경우 선진외국과 달리 해당 의사의 책임을 물어 최고 3년징역의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존엄사법은 임종 직전의 환자 또는 가족으로부터 법적 양식의 확인을 받아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착용, 혈액투석 및 항암제 투여 등 연명의료행위를 중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환자가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중단함으로써 고통을 줄이고 품위있게 생(生)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환자 본인이 직접 의사 표시를 하지 못하는 경우 환자가족 2인 이상이 연명의료 중단에 대해 동일하게 진술하고 담당의사와 전문의사 2인이 함께 연명의료를 중단토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2월들어 시행된 존엄사법에는 이러한 과정에서 다른 가족이 나타나 갑자기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책임을 의사에게 묻는다면 진료의사가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돼 있다는 것이 의사들의 주장이다. 보건복지부도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 존엄사법의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고 했다. 존엄사법이 시행 초기부터 삐끗거리고 있는 것이다.

존엄사법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이라는 시범운영 기간을 거쳤다. 그런데도 복지부가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니 그동안 뭣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연명의료를 시행하는 주요국가들은 연명의료 중단 결정시 법적 이행절차와 과정을 지켰다면 사후 문제가 발생해도 의사의 책임을 묻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은 이러한 장치가 돼있지 않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사실 말기 암환자의 경우 10명 중 9명이 연명의료의 하나인 심폐소생술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환자 본인이 직접 연명의료를 중단하겠다고 법적 서류를 작성하는 일은 10%에 불과하다는 것이 의료현장의 목소리다. 말기 암환자는 급격히 상태가 악화되면 본인이 의사 표시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뒤늦게 환자가족들의 의사를 물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건당국이 존엄사법 시행을 앞두고 이러한 의료현장의 문제점을 세심하게 점검하지 못함으로써 법 개정시까지 당분간 의료현장에서 연명의료 중단을 두고 크고 작은 갈등이 예고된 셈이다. 당국은 서둘러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서둘러주기 바란다.

 

저작권자 © 메디소비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