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편집국] 이대목동병원에서 지난해 12월 발생한 신생아 4명 집단 사망사고와 관련해 검찰이 이 병원 소아청소년과 조수진ㆍ박은애 교수와 간호사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의료계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이에 대해 “너무 어이없다. 앞으로 누가 미숙아 분야를 전공하겠는가. 의료 인플라가 망가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진이 의도적으로 사고를 일으킨 것이 아닌데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과잉 처벌이라는 주장이다.

검찰이 이들 4명의 의료진에게 적용한 혐의는 과실치사다. 간호사들은 신생아에게 투약할 주사제의 관리 잘못으로 문제의 시트로박터균을 오염시킨 혐의라고 했다. 2명의 교수는 이들 간호사들에 대해 지도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다.

이에 앞서 신생아 사망 원인 조사에 나선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신생아에게 투약하고 남은 주사제 지질영양제에서 검출돼서는 안될 시트로박터균이 검출됐다고 확인했다. 또 질병관리본부는 간호사들이 지질영양제를 7개의 병에 나눠 보관하는 과정에서 시트로박터균이 오염됐다고 검찰에 통보했었다.

4명의 의료진에 대한 구속 여부는 3일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의료계는 구속영장 청구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사고는 전혀 고의성이 없는 단순 실수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첫째 이유다.

둘째는 구속영장은 피의자들이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을 때 신청하는 것인데 이들 교수와 간호사들은 이러한 조건에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신생아 사망 원인 수사 과정에서 검찰에서 증거가 될만한 물건은 모두 압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확실한 주거와 직장에 근무하기 때문에 도주할 우려도 없다고 했다.

셋째는 문제의 시트로박터균 오염이 간호사들의 단순 실수라고는 하나 현행 잘못된 의료시스템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의료계는 보고 있다. 의료법상 주사제는 환자 한 명에 1병을 주사하는 것이 원칙으로 돼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실상 1병의 주사제를 여러 병에 나눠 다수의 환자에게 주사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특히 막 태어난 신생아의 경우 1명에게 지질영양제 1병을 투약하는 일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신생아 1명에게 1병을 투약한 것으로 건강보험 급여를 신청할 경우 심사 과정에서 과잉 청구라는 이유로 건보 급여가 깎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병원 측은 지질영양제 1병을 미리 여러 병에 나눠 투약하는 것을 사실상 묵인하는 게 현실이다. 약제비를 절감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사고의 책임도 이러한 잘못된 시스템을 시정하지 않고 방치한 정부와 병원 측에 더 무겁게 물어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시각이다. 또 이러한 잘못된 의료시스템과 진료환경을 고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의료진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자칫 법리가 아닌 여론 재판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사정이 이런데도 잘못된 의료환경이나 시스템을 고치겠다는 정부와 관계기관의 움직임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신생아 사망과 관련해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영장이 심사과정에서 이러한 의료현실이 충분히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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