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A씨는 2015년 국내 병원에 입원해 10개월간 항암치료를 받았다. A씨는 이 기간 중 월평균 7만9000원씩 모두 80여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냈다. 항암치료뿐 아니라 허리디스크 등 치료도 받았다. 이 기간 중 건강보험공단이 A씨를 위해 병원 측에 지불한 건보급여는 모두 1억1700만원이 넘었다고 했다. A씨는 그러나 퇴원하자마자 즉시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처럼 짧은 기간 소액의 건보료를 납부하고 거액의 치료를 받은 후 한국을 떠난 외국인은 2015~2017년 3년 사이 3만2000여명이 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 건보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밝혀졌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들어와 일정한 직업없이 지내며 단기간 건보료를 내고 병원 치료를 받은 외국인들로 인해 지난해 발생한 건보재정적자는 모두 205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2년의 778억원에서 5년동안 2.6배나 증가한 것이다.

현행 건보급여 규정에 따르면 직장인이나 유학생이 아닌 외국인은 국내에 3개월 이상 체류한 사람이면 누구나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또 이들이 전년도 지역가입자의 월평균 건보료(2017년 기준 8만9933원) 한달치를 미리 내면 건보 혜택이 주어진다. 이러한 느슨한 외국인을 위한 건보 규정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A씨와 같은 외국인 지역가입자들이 늘어나 매년 2000억원이 넘는 건보재정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손실액은 고스란히 내국인 가입자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런데도 보건당국이 아직도 이를 방관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영국의 경우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아닌 나라 사람은 영국에 6개월 이상 체류해야 건보 가입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체류 기준이 더 엄격해 1년 이상 돼야 가입자격을 주고 독일은 사회보장협약을 체결한 나라 국민에 대해서만 건보 혜택을 주고 있다.

특히 독일은 사회보장협약이 채결되지 않은 국가의 국민에 대해서는 아예 건강보험 가입을 막아 치료비 전액을 본인에 부담시키고 있다. 한국에서와 같은 먹튀 외국인 환자를 막기 위해서다.

현재 국내에 취업한 외국인은 직장가입자로 돼있고 유학생은 질병 치료를 위해 건보 가입 조건을 완화하고 있다. 그러나 A씨와 같은 외국인 지역가입자에 대해서는 가입 조건을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지적된다. 그렇지 않아도 올들어 문재인 케어의 시행으로 건보재정이 적자로 돌아섰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때문에 수년동안 쌓아둔 건보 흑자 누적액(21조원)이 크게 줄어들어 앞으로 2~3년 내에 완전 바닥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따라서 보건복지부는 하루라도 서둘러 건보재정을 축내는 외국인 환자들의 먹튀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어려운 건보재정으로 내국인에게 보험급여 혜택을 주기도 어려운 판에 외국인 의료쇼핑객의 치료비까지 내국인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도 납득할 수 없다. 당국의 조속한 대책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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