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협)신임 회장을 비롯한 의협의 새 집행부와 권덕철 보건복지부차관 등 복지부 관계자 11명이 지난 11일 회합을 갖고 중단됐던 의ㆍ정협의체를 재개하기 위한 실무협의체를 가동키로 합의했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과 정성균 의협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이날 모임 후 “환자안전과 국민건강을 위해 진정성있는 대화를 하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의협 대변인은 “지금까지 10번의 협의체를 통해 합의에 도달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에 대해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해 협의체 가동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의ㆍ정협의체가 순탄하게 운영될지에 대해 회의를 갖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건보 보장성을 강화한 소위 ‘문재인 케어’에 대한 의협과 복지부의 근본적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의협은 3600개 항목의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 이에 비해 복지부는 어떻게 해서라도 이들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를 이뤄내야 할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건보 보장성 강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특히 지난 39대 의협 전 집행부는 당국과 너무 협상에 몰두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비해 최 신임 회장을 비롯한 40대 새 집행부는 강력한 대정부 투쟁이라는 기대를 받으며 지난 1일 출발했다. 최 회장 자신이 ‘문 케어’를 용납할 수 없다는 초강경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의ㆍ정협의체의 순탄한 가동이 어렵다는 전망이 의료계에서 나오고 있다. 의협이 의ㆍ정협의체 재개를 위한 실무협의체 가동 합의와 관계없이 오는 20일 ‘문재인 케어’ 반대를 위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강행한다는 의지가 이를 말해준다.

사실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해 건보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제는 의료소비자들 입장에선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를 위한 건보재정 악화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서는 복지부가 명쾌하게 설명한 적이 한번도 없다는데 짙은 의문이 제기된다.

건보료 인상과 그동안 쌓아둔 건보료 흑자 누적액으로 충당한다는 것 외에 뚜렷한 해법이 없다. 이를 통해 다행히 문 대통령의 임기동안은 건보 보장성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다음 정권에서 보장성 강화를 위한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해법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의사들의 진료수가 희생뿐 아니라 전 국민의 의료복지 후퇴를 걱정해야 하는 날이 올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이다. 건보재정이 악화돼 보장성이 중단되면 차라리 처음부터 보장성 강화를 안하느니만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일 의협과 복지부가 의ㆍ정협의체를 재개한다면 진료수가 협의뿐 아니라 이러한 건보 보장성 강화에 필요한 건보 안정성도 따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문재인 케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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