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헬스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신약개발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제약산업은 고위험, 고부가가치의 특성을 갖고 있으며, 개발 성패에 따라 기업 운명이 크게 뒤바뀔 수 있을 정도로 역동적인 산업이다. 지난 70년 동안 신약개발에 매진한 전 세계 제약기업 중에서 약 6%만이 신약 승인을 받아낼 수 있었고, 이 중에서 약 10%의 기업만이 생존했을 정도로 인수ㆍ합병(M&A) 등 계속적인 비즈니스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선진 다국적제약사의 예를 볼 때 제약산업은 그 매출액의 약 20%를 연구ㆍ개발(R&D) 비용으로 쏟아부어야 할 정도로 다른 산업에 비해 월등히 많은 R&D 비용이 투입되는 특성도 있다. 실제로 70년동안 빅파마들이 수준높고 경쟁력있는 신약 연구개발을 위해 지출한 R&D 비용 추세를 보면 계속 증가하고 있다.

70년 동안 이뤄진 신약개발을 통해 많은 난치병들이 정복됐고, 수명도 10년 이상 늘어났다. 여러 질병군 중에서도 고혈압 등 순환계질환, 당뇨 등 대사성질환, 관절염, 통증, 우울증, 각종 암, 소화기질환, 감염성질환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신약개발의 혜택을 받아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임상현장에선 각종 암, 당뇨, C형간염, 치매 등 신경질환, 정신과질환, 면역질환 분야 등에서 개선된 새로운 치료제를 필요로 하고 있고, 약ㆍ의과학자들은 미충족의료수요(unmet medical needs)를 감안하면서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질환 분야에서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임상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의 약 70%가 최초 혁신 신약(FIC : First in Class)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치료 영역별론 신경계질환, 순환기계질환, 각종 암 등의 연구 비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감염질환은 낮은 연구 비율을 보이고 있다. FIC 연구 비율이 높은 것은 질병에 대한 이해도가 늘어났고 신약 허가 기관들로부터 허가에 필요한 안전성이나 유효성에 대한 데이터 요구 수준도 점점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인받은 신약의 개수는 정체되고 있었고, 상위 20개 빅파마들이 승인받은 신약 중 20%만이 투입한 연구투자비를 웃도는 수익을 가져다 주고 있었다. 연구개발비 증가와 더불어 신약이 개발되기까지 소요된 시간도 예전에 비해 길어졌다. 1960년대에 평균 8.8년이었던 것이 1990년대 들어서는 평균 13년으로 확대됐다. 신약당 개발 비용도 1970년대에 평균 1.4억달러이던 것이 1980년대엔 평균 3.2억달러, 1990년대엔 평균 8.0억달러, 2000년대 초반엔 평균 12억달러(1조3000억원 상당)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신약으로 승인을 받아 발매가 된다고 하더라도 곧 경쟁신약의 출현으로 수익성이 감소하기도 했다. 신약이 새로이 승인받은 시점에서 후발 경쟁약이 이미 임상 2단계에 들어서있는 확률을 보면, 1970년대에는 겨우 23%에 불과했으나 1980년대 초반에는 50%로 늘고, 1980년대 후반엔 71%, 1990년대 초반엔 77%, 1990년대 후반엔 90%로 늘어난다. 승인 후 경쟁약이 등장하기까지 1970년대엔 평균 10.2년이 걸렸으나 1980년대엔 평균 4.1년으로 짧아지면서 1990~2003년엔 평균 1.2년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5년 전부터는 빅파마들은 물론 신진 스몰파마, 바이오기업들도 연구개발 단계별로 합리적이고 선택적인 연구 투자 환경 조성으로 R&D 생산성을 제고하기 시작했다. 신약개발의 3분의 1 정도가 개발 및 전 임상시험에 소요되고 있는데 라이선싱 인을 통한 신약 후보물질 도입으로 비용 절감 및 위험성을 줄이고 있고 임상대행사(CRO)를 통한 임상시험 아웃소싱과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임상 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이 확대되고 있다. 시스템 오픈이노베이션 신약개발의 파트너가 대학교와 연구소, 병원으로 확대되면서 중개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기초ㆍ원천ㆍ의학연구에서 도출된 아이디어가 응용연구와 임상개발로 접목되고 있다.

호주의 퀸즐랜드대가 갖고 있던 원천기술을 머크가 라이선싱해 개발에 성공한 블록버스터신약인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 사노피파스퇴르와 MSD가 미국 위스타 연구소와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으로부터 라이선싱으로 상용화시킨 로타바이러스 위장관염 예방 백신 '로타텍', 미국 노스웨스턴대 화학자인 리처드 브루스 실버맨이 처음으로 합성한 것을 화이자가 개발한 간질약 '프리가발린'이 대표적인 상용화 사례다.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아이디어는 대부분 대학교와 바이오텍 회사에서 나오고 있지만 재정적인 여건 때문에 신약개발로 이어지기까지엔 많은 난관이 뒤따르고 있다. 따라서 연구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제약기업과 밀착해 협력관계를 구축하면 대학교로선 안정적인 연구비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기업으로선 연구 성과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상용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따라서 시스템 오픈이노베이션 형태의 산ㆍ학 협력은 혁신신약 연구 개발의 효율성과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화이자의 경우 보스턴 지역의 연구단체들과 5년간 1000억원을, 뉴욕 지역의 연구소들과는 850억원을 지원하는 계약을 각각 체결한 바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도 2006년에 학계(academia)와 산ㆍ학 협력에 대한 271건의 계약을 체결했으나 2010년엔 두 배 이상인 594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빅파마들이 시스템 오픈이노베이션과 산ㆍ학 협력을 통해 연구의 생산성을 높이고 혁신신약 연구 개발의 장애 요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듯 우리나라 제약기업들도 약가인하 등의 국내 제약시장 환경 변화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국제 환경 변화에 따른 위기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산업자원부 등 정부의 신약 연구 개발 권장 정책에 따라 지속적으로 투자를 증가시켜 왔다.

시의적절하게도 우리나라도 국내 신약개발 연구력의 괄목할 만한 양적 질적 성장과 더불어 5년 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한 최초 혁신신약 개발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대학과 연구소의 신 개념의 표적분자 연구 결과가 기업에 기술 이전되고 있다.

하지만 최초 혁신신약의 신규 타깃 발굴 및 검증에 투자되고 있는 신약개발 관련 정부 투자 연구비는 수요 공급에 비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와 민간의 초기 단계 연구 투자가 확장돼야 한다. 지금이 학ㆍ연ㆍ병 연구가 기업과의 시스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씨를 뿌려야 할 때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사무국장ㆍ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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