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국내에서 소개된 ‘드럭워즈’(Drug Wars)는 오리지널 빅파마들과 제네릭사들 간의 총성없는 전쟁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2015년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를 도입한 우리나라에서 특허 장벽을 강화하려는 오리지널 다국적제약사들과 국내 제약사들 간의 생존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출간돼 주목을 끌었다.

이 책에선 오리지널 의약품 다국적제약사들이 제네릭 제약사들의 시장 진출을 막는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번역ㆍ출간한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의 고기현<사진> 마케팅 담당 이사는 외자사와 국내사에서 ETC(전문약)와 OTC(일반약) 마케팅을 두루 경험한 전문가다.

고 이사는 오리지널 의약품 다국적사들이 특허 장벽을 견고히 쌓고 있는 상황에서 제네릭 위주인 국내제약사들이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지,향후 제약 트렌드는 어떻게 변할지 ‘생존전략’을 조언했다,

고 이사는 한국얀센에서 ETC 마케팅을 10년 간 경험했고,옥시레킷벤키져, 이니스트바이오제약 등에서 5년여 OTC 마케팅을 두루 경험한 약사 마케팅 전문가다.

고 이사는 "앞으로 오리지널의 특허 장벽이 갈수록 높은 상황에서 대형제약사들은 사업다각화가 중요하나 중소사들은 앞으로 '셀프치료' 시대를 맞아 특화된 OTC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국내사들과 오리지널사간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OTC,ETC 마케팅의 효율적인 방안이 있다면.

“보통 ETC 담당은 ETC만 맡고 OTC는 OTC만 집중하는 경우가 흔한데,분야를 구분하는 것보다 상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융합’이다. 의사와 약사, ETC와 OTC의 종합적인 마케팅을 강조하고 싶다.

일반약은 약국 프로모션에 치중하거나,대중을 상대로 한 광고 등 두 가지 경향이 있다. 어느 쪽에 치중하기보다는 균형을 맞춰 약국과 소비자를 함께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제약사가 보통 신제품을 출시하면 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다. 당연한 수순이나 일반약은 약 전문가인 약사의 권고에 의한 판매가 대부분인 만큼 약사들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옥시레킷벤키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위 점막 보호제 ‘개비스콘’의 경우,약사 위주의 마케팅을 펼친 국가와 광고를 통한 소비자 접점을 확대한 국가의 매출을 비교한 결과 약사 위주의 마케팅이 주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처음부터 약사와 TV광고 등의 소비자 접점 확대를 병행했던 국가의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도 일반약은 약사를 통해 판매가 이뤄지는 만큼 이 부분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외자사든,국내사든 마케터의 바람직한 태도는.

“서로의 장단점이 있다고 본다. 외자사 경력자들이 국내사에 오면 적응을 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는 외자사와 국내사의 추구하는 가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본다. 외자사는 브랜드, 프로세스 위주라면,국내사는 오너십과 영업력이 강한 편이다.

국내사는 오너 중심의 문화여서 빠른 판단과 피드백이 장점이고,외자사는 분야별 전문인력이 많아 효율적이다.

외자사와 국내사를 구분하는 것보다 상보적인 관점에서 보면 결국 제품을 키우기보다 사람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마케팅에서 ‘융합’을 강조한 만큼 제약사의 마케터는 고객과 소비자를 잘 맞출 수 있는 ‘카멜레온 같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마케터의 필수 덕목은 열린 마음이다.

마케팅은 보통 4P(PRICE가격ㆍPRODUCT제품ㆍPLACE유통ㆍPROMOTION프로모션)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거기에 1P(PEOPLE)를 추가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제네릭에 기대어 사는 국내사들,특히 중소사들이 나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예전엔 OTC 또는 ETC에 강점을 가진 제약사별 성격이 뚜렷했지만,요즘은 특성이 모호해졌다.이는 회사마다 사업다각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견사와 대형사들은 사업다각화가 필요하지만,중소사들의 경우 전문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중소사들의 해외 진출 시도가 대기업보다 활발한 것도 ‘니치마켓’(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앞으로 셀프치료와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를 맞아 OTC가 더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사들이 특화된 OTC를 만드는 것은 약국 및 약사의 역할 증대와 맞물려 한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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