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열린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헌법소원에 대한 공개변론을 계기로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여론이 약국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사후피임약으로도 불리는 응급피임약은 성관계 후 72시간 안에 복용하면 임신 확률을 95% 이상 낮출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임상 논문에선 성관계 후 12시간 안에 복용하면 99.9%의 피임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응급피임약은 반드시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조제 및 구매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되면 의사의 진단과 처방없이도 약국에서 자유 의사에 따라 구입할 수 있다. 프로게스테론 성분의 응급피임약은 난포에서 난자가 배란되는 것을 막고 황체가 형성되는 것을 차단한다. 또 자궁경부 점막의 점도를 높혀 정자가 자궁 내부를 통과해 나팔관 쪽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방해함으로써 임신을 방지한다.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은 성(性)에 대한 본인결정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에 따른 임신과 피임의 본인결정권도 존중돼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또 낙태가 성행하는 현실에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불필요한 의사의 진료와 처방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도 작용한다고 했다. 이밖에도 전문약으로 묶어뒀지만 의사의 진료가 거의 형식적인 문진(問診)에 그치고 있어 큰 효과가 없다는 현실적 여건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응급피임약의 무분별한 남용에 따른 부작용을 무시한 단견이란 것이 아직은 지배적인 생각인 듯하다. 피임 횟수와 응급피임약의 사용 습관, 생리불순 등 변화에 따라 처방이 달라질 수 있고 부작용이 뒤따르는 위험 물질이라는 것이 대다수 의료진의 견해다. 소화제나 감기약과 같은 가정상비약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임상 결과에서도 응급피임약 복용시 월경성 점상출혈(빈도 30.9%), 구역질 또는 구토(13.7%), 하복부통증(13.3%), 피로감(13.3%), 두통(10.3%), 어지러움(9.6%), 월경 지연(4.5%)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외에도 응급피임약은 1년에 1~2회 복용해야 하는데도 매월 복용함으로써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다.

특히 일반약 전환시 성교육이나 성적 본인결정권에 정체성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는 남용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낙태가 수없이 자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이 차라리 낫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은 전체적인 국민건강 보호라는 차원에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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