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중독을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으로 규정하는 국제질병분류(ICD)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 5월 총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미국 CNN 방송은 지난주 "WHO가 게임 중독을 새로운 질병 항목으로 분류하는 ICD 개정안을 전 세계 보건당국에 통보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WHO는 이러한 ICD 개정은 게임 중독 질환자들에 대한 치료 기회를 넓히고 보험회사와 보건당국이 이들의 치료를 지원하는 근거를 마련토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WHO는 그러면서 ‘게임 중독이라 함은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고 게임으로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해도 게임을 지속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게임 중독 질환은 최근 컴퓨터 게임 등을 즐기는 네티즌들이 증가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굳이 외국 사례가 아니더라도 국내에서도 게임 중독 환자들의 범죄 행위가 끊이지 않고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하는 데서도 이를 알 수 있다. 게임 중독 질환에 걸린 고교생이 꾸중을 하며 말리는 부모에 반발해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 자살한 일도 있었다. 또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의사가 이를 말리는 만삭의 부인과 다투다 부인을 살해한 적도 있다.

게임에 중독된 20대 부부가 게임에 몰두하느라 태어난지 석 달 밖에 안된 젖먹이 아이를 아사하게 만든 일도 있다. 이런 사례들은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는 심각한 반사회적 행위다. 따라서 국가가 깊은 관심을 갖고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알콜ㆍ마약ㆍ도박 중독자는 국가나 사회단체 등이 관리하면서 게임 중독에 대해 무관심한 것은 국가의 책임 회피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WHO가 게임 중독을 새로운 국제정신질환 항목으로 규정키로 한 것은 게임 중독 질환에 대해 무관심한 각국 정부에 대한 경고라고도 할 수 있다. 사실 지난 수년 동안 의학계에서도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꾸준히 이어졌었다. WHO의 조치는 이런 논의에 대해 마침표를 찍는 것이기도 하다.

중독 질환 전문의들에 따르면 게임 중독자들의 행동은 알콜이나 마약중독자처럼 충동적이고 공격적이라고 했다. 이는 행동을 조절하는 뇌 전두엽이 중독돼 위축되고 뇌 쾌락 중추에 신경물질인 도파민이 과다 분비됨으로써 도파민 수용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가가 이런 게임 중독 방지를 위해 무작정 게임산업을 규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컴퓨터 게임은 지금 전 세계를 휩쓰는 확고한 산업분야로 정착된지 오래다. 이에 따른 새로운 정보통신(IT) 기술 개발도 삶의 경지를 바꿔가고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게임산업을 발전시키고 게임 중독자를 최소화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 때다.

게임업체들이 게임의 도박적 요소를 줄이고 게임 시간을 줄이는 등 새로운 기술 개발의 노력도 있어야 한다. 정부도 민간기관과 함께 청소년ㆍ성인들을 대상으로 게임 중독의 위험을 선제적으로 알리는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꾸준히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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