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 주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건강보험료 인상률을 3.49%로 결정했다. 직장인의 경우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을 3%로 가정할 때 건보료 체감 인상률은 사실상 6%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건보료 인상률이 이처럼 결정된 데는 몇 가지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첫째 올들어 선택진료비(특진료)가 폐지됐다. 둘째는 4월부터 상복부 초음파검사, 7월부터 병실료의 보험 혜택이 확대됐다. 셋째, 9월부터 뇌ㆍ뇌혈관 자기공명영상(MRI)검사에 이어 12월부터는 소장ㆍ대장 등 하복부 초음파검사 때 보험이 적용돼 환자들의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동네의원과 치과의 평균 수가 인상률이 당초 정부 원안대로 2.37%로 지난해(2,28%)보다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추가 소요 재정이 9758억원이나 된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같은 높은 건보료 인상은 보험 혜택을 대폭 확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대가를 본격적으로 청구하기 시작하는 첫 조치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현재의 63.5%에서 70%로 높이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문재인 케어’를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그동안 모아놓은 건강보험 흑자액 21조원 가운데 일부와 10년동안의 평균 건보료 인상률 3.2%씩을 매년 올리면 소요 재정 충당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내년도 보험료 인상률이 이보다 높게 결정됐다. ‘문 케어’용 보험료 인상률 약속이 처음부터 깨진 것이다.

‘문 케어’를 위한 소요 재정 30억원 조성도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해까지 흑자를 보이던 건보재정이 올해는 벌써 1조1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내년에는 3조7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복지부는 추계하고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가 또 있다. 건보 적용 혜택이 늘어남에 따라 의료 수요가 해마다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자기 부담이 적다는 이유로 환자들의 과잉진료 또는 의료쇼핑 현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2025년엔 의료 수요가 많은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고 2021년에는 전체 인구의 21%가 65세 이상 노인인 초고령사회로 접어든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매년 건보료를 5% 이상 올려도 모자랄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 정부 임기 전에 ‘건강보험 곳간’이 텅 비게 될 가능성이 많다. 모자라는 재정은 결국 국민들에게 세금 폭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06년에도 6세 이하 아이들의 입원비를 공짜로 해주고 건강보험으로 대납한 적이 있다. 그러다 보험재정이 악화되자 제도 자체를 폐기했다. 당시엔 다행히도 혜택 인구가 적어 예상보다 반발이 적었다. 그러나 이번 보장성 강화는 그 때와는 다르다. 혜택을 줄이면 국민적 반발은 거세질 것이 확실하다. 그 때는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난 다음이다. 복지부는 이러한 건보재정의 장래까지 걱정해봤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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