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회사가 자사 커피를 타사 커피와 비교하여 광고한 것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적이 있었다. 브랜드를 가리고 소비자들에 물었더니 자사의 커피가 좋다고 하고, 브랜드를 보여주니 타사의 커피가 좋다고 하는 내용이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광고의 주된 기능은 정보제공과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의 광고는 이러한 기능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광고는 그렇지 못하다. 광고의 이러한 기능은 소비자가 합리적이라는 전제 하에서만 가능하다. 소비자가 비합리적이라고 판단되면 광고는 이러한 기능에 충실하지 않고 마케팅 기능, 설득 기능이 강조될 것이다.

고소비자정책도 경제경책의 한 분야이다. 따라서 소비자정책의 바탕에는 경제학적 이론이 작용한다. 잘 알다시피 경제학은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는 기본적 전제하에 이론을 세우고 예측하고 조언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경제학은 이성적인 인간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경제학 전반에 걸쳐 이야기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얼마나 합리적인 선택을 할까?  위의 광고에서 보듯이 우리는 합리적이지 못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어려분도 많이 경험하였을 것이다. 앞으로는 이득이지만 뒤로는 밑지는 경우가 많다. 탁월한 선택을 하였다는 찬사를 던지는 판매원을 뒤로 하고 나올 때 즈음이면 탁월한 선택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가질 때가 왕왕 있는데, 그 때는 어김없이 판매원의 판매수법에 속았을 때이다. 우리는 스스로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며 결정하고 있지만 스스로에게 속고 있다.

최근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행동경제학은 경제주체인 소비자가 오늘날 저지르고 있는 경제적 선택의 오류를 짚어주고 있어 소비자들로 하여금 많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즉 종래의 경제학에서는 소비자가 충분한 정보를 가지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측면에서 시장의 실패는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은 수요측면에서 시장의 실패는 정보 실패로도 발생하지만, 소비자행동의 편향성 때문에도 발생한다고 한다. 즉 소비자가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도 ‘endowment effect', 'time variant preference', 'framing effect', 'choice overload' 등으로 인해 스스로 최선의 이익에 적합한 선택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듀크대의 댄 엘리얼리(Dan Ariely) 교수는 "Predictable irrational: The Hidden Forces That Shape Our Decision"에서 소비자들이 선택에서 즐겨 사용하는 방법은 비교하기인데, 기업은 소비자의 비이성적 판단을 미리 읽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비교 순위를 정해놓은 상태이므로 소비자들은 기업에 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TV에 나오는 스타 등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기준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그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의 이러한 비합리성에 대한 대책으로 비합리성이 우리에게 있지만, 이렇게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지를 알게 된 사실만으로 앞으로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서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그 결정을 다른 각도로 생각해야 지금보다 합리적인 결정에 다가설 수 있다.

하여튼 우리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앞으로 합리적 소비자보다는 비합리적 소비자를 목표로 하는 광고와 마케팅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교복을 살 때 일반적으로 부모님이 직접 교복의 품질을 비교하면서 구입하기 보다는 학생이 맘에 들어 하는 교복을 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모님께 신뢰를 줄 수 있는 광고보다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유명한 연예인을 많은 돈을 주고 광고에 등장시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예인에게 지불한 거액의 돈과 교복 생산업자의 추가적 이윤은 고스란히 학부모와 학생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보듯이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에 착안하여, 많은 기업들이 이를 이용해 소비자는 탁월한 선택을 했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광고와 마케팅에 속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측의 행위에 대응하는 소비자정책도 중요하지만, 이 부분에서는 소비자 스스로의 자각과 주의가 더욱 필요하다고 하겠다. 소비자의 힘으로 기업의 행태를 변화시키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한국소비자원 지속가능소비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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