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최근 정부의 의료인 징계정보 공개 추진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ㆍ회장 최대집)는 12일 성명서를 통해 "최근 정부가 논의하고 있는 ‘의료인 징계정보 공개’는 의사가 지역사회에서 의료업을 계속할 수 없도록 만드는, 한마디로 ‘의료인 주홍글씨’ 방안"이라며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해진 이 시대에 유독 의료인만 개인으로서 존중받아야 할 기본권이 박탈되고 정보보호의 권리가 유린돼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의협은 "의료인에게만 이중적 잣대를 적용해 민감한 개인정보를 가차 없이 공개하려는 개악에 절대 반대한다"며 "국무조정실을 비롯한 보건복지부, 공정거래위원회에 이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9일 열린 1차 소비자정책위원회 회의를 통해 복지부 개선 권고 과제로 ‘의료인 징계정보 공개’ 추진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의료인 징계정보에 대한 공개가 없어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소비자 피해 예방이 미흡하다는 게 이유다.

의협은 "현행 법령상 의료인을 막론하고 성범죄자의 경우 아동 및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상 공개와 함께 취업을 제한토록 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와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이미 마련돼 있다"며 "또한 의료관련 법령을 위반한 의료인에 대해선 면허 취소나 자격 정지를 통해 의료업 수행을 제한하는 충분한 장치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전문가 직역에도 적용하지 않는 징계정보에 관한 이력을 공개하겠다는 발상은 일반 국민과 비교할 때 형평성의 위반일 뿐 아니라, 환자들을 상대해야 할 의료인의 신용을 정부가 직접 나서 깨뜨리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협은 "의료기관은 타 업종 대비 국민의 이용률이 높아 인구 밀집 지역 등을 위주로 접근성이 높게 형성돼 있다. 때문에 자칫 무분별한 정보 공개는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신속하게 회자돼 결국 징계에 관한 정보가 공개된 의료인은 사회적으로 추방되는 최악의 결과를 감수하게 될 게 뻔하다"며 "이는 지역 주민에게도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하고 해당 의료인에 대한 님비(NIMBY) 현상과 비슷한 기피 현상까지 불러오게 됨으로써 징계정보가 공개된 의료인에게는 제2, 제3의 형벌이 내려지는 사회적 문제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협은 "이런 현실에서 의료과실과 관련한 징계정보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돼 ‘주홍글씨’가 찍히게 된다면 도저히 본업을 지탱해 나가기 어렵다"며 "소비자의 권리도 마땅히 보호돼야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의료인의 개인정보와 내밀한 징계정보 또한 보호돼야 마땅하다. 의료인에게만 불필요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는 부당한 처사이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관한 헌법적 원리를 무시하면서까지 이런 제도를 시행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국민의 한 사람인 의료인의 기본권을 정부는 적극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헌법상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해 결과적으로 의료인의 인권을 말살하고,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라뽀(신뢰)를 훼손해 정상적인 진료업무 수행을 불가능케 함으로써 지역 내에서 사회적인 추방이라는 악결과만을 불러올 게 분명한 정부의 의료인 징계정보 공개 방안에 관한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다시 한 번 정부에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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