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이 섞인 중국산 발사르탄 원료를 사용한 고혈압약의 판매 및 제조 중단과 관련해 보건당국의 결정이 오락가락함으로써 약국과 의약품 유통회사 등 의약품 유통현장이 대혼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또 고혈압약을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환자들은 중국산 원료를 사용한 복제품(제네릭)이 아닌 오리지널 고혈압약을 구하느라 병원과 약국을 찾는등 애를 태웠다고 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달 말 유럽의약품안전청이 중국 ‘제지앙 화하이’사의 발사르탄을 원료로 사용한 고혈압약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보고와 함께 이들 고혈압약의 판매 및 유통을 잠정 중단함으로써 비롯됐다.

이같은 소식이 국내에 전해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주말인 7일 중국산 발사르탄을 원료로 사용한 국내 82개사 219개 모든 고혈압약 복제품에 대해 판매 및 제조 중단 명령을 내렸다. 이 바람에 모든 약국과 의약품 유통전문회사들은 난데없이 재고 조사에 나서고 반환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그러던 중 월요일인 9일 식약처는 갑작스레 판매 중지된 54개사 115품목중 104품목은 발암물질이 섞인 발사르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매 및 제조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원료 수입원이나 정확한 성분조사조차 하지 않고 무조건 판매 중지조치부터 내렸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러한 혼란은 식약처가 성분 조사까지 하지 않고도 원료 수입원만 확인해도 판매 중지 대상 품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일이다. 식약처의 무책임한 태도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발사르탄은 혈관을 수축하는 호르몬을 억제함으로써 혈압을 낮추는 성분이다. 현재 이를 원료로 사용해 오리지널 고혈압약을 제조 판매해온 회사는 노바티스로 원료인 발사르탄을 중국산이 아닌 스위스 아일랜드 영국산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제약사들은 대부분 고혈압약의 수가가 낮기 때문에 제조단가를 가능한 낮추기 위해 값싼 중국산 발사르탄 원료를 구입해 복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약품안전청의 발표 이후 지금까지 중국산 원료를 사용한 고혈압약의 판매 또는 제조 중지를 결정한 나라는 현재 한국을 비롯해 29개국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자체 조사 결과 15일부터 판매 중지와 함께 제약사가 자발적으로 회수토록 했다. 일본도 원료 수입원 파악과 함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아스카 제약사 1곳만이 후생성과 협의해 자진 회수에 나섰다고 한다.

현재 국내에서 정기적으로 고혈압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환자는 17만8500여명에 이른다. 국내 고혈압약 제조사들은 대부분 노바티스사의 오리지널 고혈압약인 ‘디오반’이나 ‘엑스포지’의 특허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이들 의약품을 복제하기 위해 값싼 중국산 발사르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는 이참에 구멍뚫린 의약품 원료에 대한 감시망을 원점부터 전면 재점검해 손질해야 한다. 원료의 안전성에 환자의 생명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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