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ㆍ의원에 대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는 공무원들의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법적 대응도 강구하겠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소방청이 최근 30병상 이상 병원급 및 입원실을 운영하는 의원급 의료기관들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한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대해 이같이 반발했다.

의협은 16일 성명서를 통해 "지난 6월27일 소방청에서 발표한 이 입법예고는 거동 불편환자 등이 이용하는 병원급 및 입원실이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 입원실들에 스프링클러 설비 등 소방시설 설치를 강제 의무화하고 있다"며 "이는 의료기관 현실은 도외시하고 규제만 강화하려는 탁상공론 행정의 전형으로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의협은 "개설 당시 시설설비 상태를 허가해놓고 이제 와서 소급적용해 예외 없이 입원실을 보유한 모든 병ㆍ의원에까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라고 하면 영세의원과 중소병원에선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을 것"이라며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려면 1주일 이상 병원을 폐쇄해야 하는데, 당장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현재 통원치료를 받고 있거나 입원하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극심한 불편함과 질병 악화 등 건강상 피해를 일으킬 수 있어 환자와의 신뢰가 떨어지는 의료기관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병ㆍ의원들 대부분이 소규모 상가의 세입자다. 스프링클러는 단순히 의료기기처럼 단독 물품을 설치하는 수준이 아니라 수압계, 배관, 비상전원, 배수구, 나아가 물탱크 등 건물 차원의 공사가 수반돼야 할 사안이다. 이를 임차인인 의료기관의 의무로 돌린다면 임대인 또는 건물주와의 마찰뿐 아니라 피해는 고스란히 임차인에게 돌아갈 우려가 있다. 즉 임차인으로 병ㆍ의원을 개설하고 있다면 병ㆍ의원을 폐쇄하거나 입원실을 포기하라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효성있는 결과를 생각한 소방시설법이라면 병ㆍ의원으로 한정할 게 아니라 병ㆍ의원이 입점해있는 건물 전체를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으로 적용시키는 게 맞다"며 "특히 입원실이 있는 의료기관은 야간 당직자까지 있기에 다른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화재 사고의 응급 대처에 오히려 더 안전한 업종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정부는 설치비와 공사에 따른 진료 공백과 관련해 손해 비용을 100% 지원하고 설치에 따른 행정절차 대안을 마련하라"며 "만일 소방청이 우리 협회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이 법안을 강행한다면 사유재산 침해 행위로 간주해 법적인 조치를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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