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광복을 전후해 한국인의 머리 크기와 생김새가 크게 달라졌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고려의대(학장 이홍식) 해부학교실 유임주<사진> 교수팀이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1930년대와 1970년대에 각각 태어난 한국인 115명의 머리를 촬영한 후 3차원 영상으로 재구성해 분석했다.

그 결과, 1930년대 태어난 한국인보다 1970년대에 태어난 한국인의 머리뼈 안쪽(두개강) 부피와 머리뼈 높이, 너비 등 머리 크기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1970년대 한국인은 두개강의 부피가 약 90ml 커졌고, 두개골의 형태도 남성이 머리뼈의 높이와 너비, 길이가 모두 커졌으며, 여자도 높이와 너비가 커졌는데, 서구 사회에서도 산업혁명 이후 산업화,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1~2세기에 걸쳐 머리뼈의 형태학적 변화가 동반된 바 있으며, 국내에선 광복을 전후로 4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이런 변화를 보였다. <사진>

1930년대와 1970년대 한국인 두개강의 가상 3차원 영상 모델 〈자료 : 고려의대〉
               1930년대와 1970년대 한국인 두개강의 가상 3차원 영상 모델 〈자료 : 고려의대〉

이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대에 태어난 한국인들이 사회적으로 억압받음은 물론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영양 상태 부족 등으로 성장 발달이 지연된 반면, 사회적ㆍ경제적 안정을 찾은 1970년대 한국인은 성장에 필요한 적절한 영양을 공급받았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유임주 교수는 “두개강의 부피와 머리뼈로 뇌 크기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체질인류학뿐 아니라 뇌과학, 진화인류학 부문에서도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연구가 같은 한국이라 하더라도 지리ㆍ환경적 원인뿐 아니라 사회ㆍ경제적 변화에 따라 머리 크기와 생김새가 변화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 교수는 "1970년대는 사회가 안정되고 경제 성장이 이뤄지며 적정한 영양이 공급돼 한국인의 신체적 변화도 함께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교육부 BK21플러스 사업 지원으로 진행됐고, 연구 결과는 인류학 부문 국제학술지 '미국자연인류학저널' 최신호에 실렸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유임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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