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주권시대 오고 있는가
소비자주권시대 오고 있는가
  • 이은희
  • 승인 2009.11.02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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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소비자주권 시대의 도래 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연일 촛불시위가 열리더니 급기야는 대통령이 두 번이나 국민에게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금은 이에 대해 국회에서 국정조사가 열리고 있는 중이다.

또 있다. 얼마 전에 스낵제품N사에서 발견된 쥐머리, 참치업체D사에서 발견된 커터 칼날 등으로 해당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았다. 소비자문제에 관한 한 기업뿐만 아니라 대통령까지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눈가리고 대접받는 듯한 ‘소비자는 왕’이란 구호를 넘어서서, 이제 소비자가 주인된 권리를 행사하는 소비자주권이 실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과연 그럴까? 필자는 최근 소비자피해를 겪으면서 소비자주권시대가 과연 도래하였는가에 대해 다시금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장면 #1 ; 미국에 있는 아이들과의 전화 통화를 조금이라도 더 싸게 해볼 요량으로, 국제전화 카드를 수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다. 특히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있는 아이에게 긴급한 일이 생겼을 때, 연락이 안 되면 큰일이다 싶어 카드 충전 시간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부리나케 메워놓았다.

장면 #2 ; 카드회사에서는 한 달에 한두 번 어김없이 충전금액의 30% 또는 50%를 보너스로 준다는 핸드폰 문자 메세지를 보냈으며, 그 때마다 판촉 기일을 놓칠세라 부랴부랴 입금하였다. 그런데 올 초부터 이상하게 충전금액이 금방 소진되어, 카드회사에 두 번이나 전화를 걸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기 때문에 충전액이 금방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 후 가급적 유선으로 전화를 걸었고, 인터넷 전화까지 가설하여 비상시에만 카드를 사용하였다.

장면 #3 ; 이번에는 눈에 띄게 문제가 발생했다. 20만원 입금하여 보너스 50% 까지 합쳐 30만원 충전된 지 열흘도 안 되는데, 충전액이 없어서 미국에 전화를 할 수가 없다고 아이가 그러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카드회사에 다시 전화하니, 그제서야 전화카드가 도용되어 부정 사용된 것 같다는 것이었다. 도용 액수가 무려 250만원이 넘었다. 너무 화가 나, 두차례나 이상하다고 전화를 했는데도 제대로 확인을 안 해준 것에 대해 따졌다. 담당자는 쩔쩔매면서 이주일 간의 여유를 주면 자기들이 해결하겠다고 했다.

장면 #4 ; 다음 날 담당자의 태도는 완전히 돌변해 있었다. 카드 도용의 경우에는 자신들에게 책임이 없다는 것이었다. 소비자가 도용되도록 부실 관리했을 수도 있고, 자신들이 도용에 책임이 있는지를 알고 싶으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라는 것이었다.

장면 #5 ; 사건 발생 후 거의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카드 회사에서 보내준 사용 시간대별 사용내역서를 들고 경찰서에 가서 부정사용자를 고소하려고 시도하였다. 그러나 사용내역을 부정사용자별로 정리해야 고소가 가능하다고 해서, 카드회사에 여러 차례 사용내역을 파일로 보내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사용내역을 파일로 받기까지, 카드회사와 벌인 전쟁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직접 요구하다 안 되어 소비자단체에서 연락하게 하고 여기서도 해결이 완전하게 안 되어, 한국소비자원 상담실에서 까지 연락하게 하였다. 거의 한달 만의 일이다.

장면 #6 ; 드디어 내일 경찰에 고소하러 가는데 마음은 천근만근이다. 여가까지 오는 것도 힘들었지만, 경찰에 접수되는 수많은 긴급한 사건들 중에 과연 언제나 해결이 가능할까, 해결이 가능하기는 할까, 경찰서에는 몇 번이나 가야 할까 등 걱정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소비자문제는 전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중요 문제가 되었으며, 관련 기업은 큰 어려움을 치루고 심지어는 대통령까지 사과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개별 소비자가 피해를 당했을 때 이를 적절하게 보상받는 것은 아직도 매우 힘들다. 필자의 경우, 부정사용액을 카드회사가 책임지지 않음은 물론,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인 사용내역을 받는 것도 소비자단체와 한국소비자원에 연락해서야 겨우 받아낼 수 있었다. 미국에서 유사한 경험을 한 동료교수가 카드회사로부터 전액 보상받았던 것과 비교할 때, 이것이 우리 나라 소비자주권의 현실이다.

소비자주권시대로 가는 것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다. 그러나 한국소비자보호원이 보호를 떼고 한국소비자원으로, 소비자보호법이 보호를 떼고 소비자기본법으로 바뀌었지만 소비자단체나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되는 상담건수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현실 속에 엄연하게 존재하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비자보호가 필요한 영역 및 소비자 계층에 대한 계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인하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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