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논란 불러일으켜 혼란 자초한 복지부
낙태죄 논란 불러일으켜 혼란 자초한 복지부
  • 편집국
  • 승인 2018.09.03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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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수술 의사에 대해 한달동안 자격을 정지시키겠다”던 보건복지부가 최근 이를 당분간 유예하겠다고 번복해 의료계에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소식이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17일 복지부가 “형법을 위반해 낙태 수술을 한 의사에 대해선 자격 정지 1개월에 처하겠다”고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일부개정안을 공포함으로써 비롯됐다.

이에 대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의사회가 중심이 돼 전국적으로 낙태 수술을 전면 거부하겠다”며 강력 반발했다. 복지부가 낙태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포함시킴으로써 여성과 의사들을 비도덕적 인간으로 낙인찍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산부인과 의사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자 복지부는 한발 물러섰다.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의 합헌 여부를 판결할 때까지 낙태 수술 의사의 처벌을 유예하겠다고 지난달 29일 발표한 것이다. 그러자 산부인과의사회가 31일 다시 성명을 발표했다. 헌재 판결 후 법 개정이 이뤄질 때까지 산부인과 의사들이 어떻게 진료행위를 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라고 복지부에 요구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낙태 수술 전면 중단을 강행하겠다고 했다.

낙태 수술에 관한 행정고시 개정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복지부의 행정능력이 의심스럽다. 낙태 수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려면 형사상 낙태죄가 합헌인지, 위헌인지를 사전에 헌재에 물어보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이를 무시하고 무턱대고 행정처분 규칙부터 고치고 보자는 안일한 생각이 화를 부른 것이다.

특히 생존이 불가능한 무뇌아조차 생명의 고귀함이라는 이유로 수술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 모자보건법이다. 이 법이 45년동안 한번도 손질되지 않은 채 지금에 이르렀다. 여성계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이유다. 여성계는 “출산에 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돼야 한다”며 서울 중심가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도 예상하지 못했다면 복지부가 무능함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처럼 중대한 결정을 하기 위해선 우선 관련법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결을 받은 다음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이 상충되는 찬ㆍ반 집단의 의견 조정 과정을 거치는 것은 행정절차상 정해진 순서일 것이다. 정부는 걸핏하면 각종 공론화위원회를 열어 국민의 여론을 듣고 정책을 결정한다고 했었다. 그러나 복지부는 낙태 수술 문제엔 이러한 형식적 절차마저 무시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낙태죄에 대해 ‘태아의 생명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이유로 합헌 결정을 했었다. 낙태죄의 합헌 여부는 그로부터 6년만에 다시 헌재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복지부는 아마 이러한 과거의 헌재 판결을 토대로 낙태 수술 의사의 처벌 규정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경솔했다. 이해 당사자와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는 것이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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