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화이팅콕스(TheFightingCox)’라는 회사가 있다. 중견제약사 일양약품의 광고 대행사다.

우리말로 하면 ‘싸움닭’이다. 이름이 어렵고 생소하지만,어찌보면 흥미롭고 의미심장하다.

회사 이름을 왜 싸움닭이라고 했을까. 사주가 꽤 ‘도전적’이고 센스있어 보인다. 최근 회사이름이 어렵다는 얘기가 있었는지,사명을 바꾸기는 했지만-.

당대 최고의 싸움닭은 정치인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니었나 싶다. 노 전대통령 시절,대통령의 비서설 참모들이나 측근 정치인들,심지어 장관들까지 말과 행동이 거칠었다.

반대 언론이나 야당과 날세우고,진보적 정책을 펼때 특히 그랬다. 말이 없어야 하는 대통령 비서실장이 나서 야당정치인,반대 언론 등과 말로써 날을 세웠다. 보통 정권에서는 드문 일이다.

대통령 측근들은 말이 거칠어야 살아남았다. 그래서 대통령 측근 참모들이나 가까운 정치인들이 싸움닭化됐다. 아니, 싸움닭이 돼야 생명줄이 질겼다.

노 전대통령 시절 차관급 참모를 지내던 가까운 선배 한분이 갑자기 도중하차했다. 당시 그 선배와 저녁을 함께 하면서 ‘싸움닭론’을 들었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그 선배를 불렀다. 실장은 그에게 “대통령께서 당신은 싸움닭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더라고 전했다”고 했다. 얼마후 그 선배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말뜻은 노정부를 비판했던 주류 언론들과 날을 세워 악역을 맡아야 하는데, 사람이 매너만 좋지 ‘싸움닭’기질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게 경질의 직접적인 사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불신임 이유가 됐던 게 분명해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점잖고 매너좋은 측근들에게 애정을 주지않았던 ‘오리지널 싸움닭’이었다.

언론계에서 싸움닭하면 금모라는 대선배가 떠오른다. 회사 이익을 위해서.보스를 위해서라면 그는 악역을 자처했다. 후배를 밟고 욕을 먹더라도 회사와 주군을 위하는 길이라면 한발앞서 몸을 던졌다.

그래서 그는 사주나 보스의 총애를 받았다. 공채·비공채 출신을 막론하고 사회부기자 출신으론 유일하게 메이저 언론사 사장을 거쳐 부회장까지 지냈다. 언론계에선 살아있는 전설이다.

학자라면 연구를,엔지니어라면 기술을,정치인이라면 정파와 보스 이익을,회사원이라면 조직을 위해 근성있고,열정적인 싸움닭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곳에 성공의 비밀이 감춰져 있다.

싸움닭은 리더적 기질인 후흑(厚黑)적 기질과는 다르다. 싸움닭은 참모적 기질에 가까운 성향이다.

그러나 ‘명분갖춘 싸움닭’이 아무나 되는 건 아니다. 사람마다 타고난 캐릭터의 문제다. 그러나 노력은 필요하다.

보스가 아랫사람을 대신해 궂은 일을 한다? 평가는 그것으로 끝이다.

싸움닭 기질은 거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저작권자 © 메디소비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