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이직률이 다른 상급종합병원에 비해 훨씬 높다고 한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보건복지부가 국립암센터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립암센터 간호사들의 이직률은 지난 2012~2016년까지 6년동안 매년 10%대의 두자리 수를 유지하다 지난해에는 11.7%에 달했다.

이 기간 중 퇴직한 간호사는 모두 440명으로 연평균 퇴직자 수는 62명에 이르렀다. 다른 상급종합병원의 이직률 9%대보다는 훨씬 두드러진다고 했다. 이같이 국립암센터 간호사들의 이직률이 높은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일단 분석된다.

우선 국립암센터는 암전문 병원으로 수술 또는 중증환자가 많아 간호사들의 업무 강도가 높다. 또 병원이 서울 외곽인 일산이어서 간호사들의 출퇴근 교통 사정이 아렵다는 점도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이밖에도 다른 사립상급종합병원에 비해 임금이 낮고 승진 등 인사에도 적체 현상이 있는 것으로 감사 결과 밝혀졌다고 한다.

원인이 그런데도 이러한 문제들이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고 격무에 시달리는 간호사들의 대규모 이직 사태가 방치되고 있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국립암센터는 명실공히 국내 최대 555병상의 암전문 국립기관이다. 위상에 걸맞게 이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우와 신분이 보장돼야 하는 것이다. 병원장을 비롯한 운영진의 고위직들이 조금만이라도 신경을 기울이고 대책을 세웠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일이다.

대우도 낮고 긍지감도 느낄 수 없는 직장이라면 어떤 간호사가 국립암센터에서 일하려 하겠는가. 특히 최근엔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간호사 사회에서 이른바 ‘태움’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태움이란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선배가 후배의 군기를 잡기 위해 실시하는 정신ㆍ육체적 학대행위다. 한 병원에선 이러한 태움 행위를 못 견뎌 갓 입사한 간호사가 자살을 택한 적도 있다.

국립암센터 간호사의 퇴직자 중 64%가 3년 이하의 낮은 경력자들임을 감안하면 직장내 분위기가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인력 부족에 태움 문화, 낮은 임금 불편한 출ㆍ퇴근 교통 현상, 인사 적체 등이 낮은 경력자들의 이직을 부채질하는 것이 아닌가 의문을 갖게 된다.

따라서 보건복지부는 국립암센터에서 이러한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국립암센터가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지 않는 한 그 피해와 부작용은 환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는 것이다. 복지부가 어떻게 국립암센터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을 바꾸느냐에 따라 다른 병원에도 그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고 본다.

 

저작권자 © 메디소비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