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공공의대원) 설립을 추진하면서 관련법도 만들지 않고 예산을 책정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는 이에 대해 정부가 법에도 없는 초법적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지난 8월 국가 특수법인 설립 심의위원회를 열어 전북 남원에 국립공공보건의료원 설립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었다. 그후 두 달만인 10월 복지부는 남원에 오는 2022년 개교를 목표로 국립보건의료대학원을 설립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 공공의대원 설립 추진 비용으로 7억9000만원을 책정,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 예결산 소위원회에서 심의 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예산 심의가 의대원 설립에 관한 법룰안이 국회 통과는커녕 심의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든 행정은 법률에 의해서만 행해진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법에도 없는 국립 특수대학원 설립을 예산부터 확보하자는 것은 분명히 위법이자 초법적 행동이다. 이런 엉터리 행정이 어디 있는가. 국회 예결산 소위원회의 심의 행위도 마찬가지다.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은 유령과 같은 대학원 설립에 국민 세금을 주겠다고 미리 예산 심의를 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교육부는 공공의대원 설립을 추진하면서 의료계의 의견을 단 한 차례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다. 심의위원회에 의료계 추천 심의위원이 한명도 없었을 뿐 아니라 설립 추진에 관한 배경 설명도 없었다고 했다.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국립공공의대원 설립에 이같은 독선적 행동은 분명히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문제는 또 있다. 복지부는 공공의대원 입학생 전원의 학비를 전액 국가가 지원하되 4년제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신입생은 각 시ㆍ도별로 정원을 배정한 다음 각 시ㆍ도지사가 추천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해 선발한다고 발표했다. 대학만 졸업하고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은 별도의 시험도 거치지 않고 시ㆍ도지사의 ‘빽’만 있으면 뽑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또 이는 전국의 4년제 대학 졸업생의 실력을 우열없는 똑같은 수준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교통공사 인천공항공사 등에서 임직원과 노조원의 친인척들이 대거 정규직으로 부당 전환돼 국민적 지탄을 받은 것이 불과 며칠 전의 일이다. 공공의대원 입학생의 시ㆍ도지사 추천에 따른 선발은 이러한 공공기관의 부당한 친인척 정규직 전환과 무엇이 다른가.

의협은 이와 관련해 정부가 2013년 5월 남원에 있는 서남의대가 부실대학으로 판정돼 폐쇄되자 이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정부가 공공의대원 설립 계획을 급조해냈다고 주장했다. 또 개교 시기를 2022년으로 정한 것도 같은 해에 실시되는 대통령선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이러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국립공공의대원 설립 추진을 당장 중단하고 원점에서 다시 의료계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저작권자 © 메디소비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