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마감한 전국 대학병원 전공의(레지던트) 지원 결과 인기과(科)와 비인기과가 극명하게 양분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매체들이 전공의 지원 내용을 분석한 결과 지원자가 모집 정원을 초과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거나, 정원을 채운 진료과는 정형외과 성형외과 신경외과 피부과 내과 신경과 안과 이비인후과 재활의학과 마취통증과 영상의학과 등 11개과였다. 반면 지원자가 정원에 미달한 과는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비뇨의학과 핵의학과 응급의학과 가정의학과 병리과 진단검사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11개과였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3년 연속 지원자가 크게 늘어난 정형외과였다. 내년도 레지던트 과정 1년차 지원에서도 177명 정원에 260명이 몰려 1.46대1의 경쟁률을 보여 새로운 인기과로 자리를 굳혔다. 가장 인기있는 과는 역시 성형외과로 62명 모집에 104명이 지원해 1.67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피부과도 62명 모집에 90명이 지원해 1.45대1의 경쟁률을 보여 ‘3대 인기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저출산의 영향으로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지원자가 매년 감소해 비인기과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핵의학과는 26명 모집에 단 1명만이 지원해 전문과의 존폐까지 걱정해야 할 정도까지 됐다.

이에 따라 대한핵의학회는 3일 성명을 내고 핵의학 전공자들이 전문의 자격 취득 후 취업할 길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당국이 핵의학 분야의 보험급여를 무리하게 삭감한 탓으로 대학병원의 수익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병원 자체조 직의 축소 또는 폐쇄로 젊은 핵의학 전공자들이 갈곳을 잃게 됐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원자력 발전을 축소 또는 폐쇄하자 대학 원자력 관련 학과의 신입생 지원자가 급감한 것과 같다는 논리다. 

정부 당국의 핵의학에 대한 몰이해도 한몫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정부는 주요 의료 행위의 하나이자 암진료에 필수적인 FDG PET(양전자 단층촬영)에 대해 오남용을 방지하고 보험급여를 줄이기 위해 급여 기준을 강화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핵의학 전공자들에게 첨단의료장비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진료 행위를 사실상 못하도록 해 진료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이야기다.

이같은 주장은 단지 핵의학과에만 그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전공 지식이 졸업 후 쓰일 곳만 있다면 왜 전공 지망생이 없겠는가. 문제는 이처럼 전공과별 지원자가 줄어들면 관련 학과와 학문이 도태되고 연결되는 산업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는 국가경제나 과학 엔지니어링 등 연관 분야 산업과 학문의 소멸을 뜻하고 전체적인 국가의 후진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거시적 안목에서 비인기 의료과에 대한 균형있는 발전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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