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를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중 한미약품의 임성기 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한미약품에서 홍보담당 이사로 근무하고 있었던 2000년대 초 여름 어느 날이었다.

한미약품 지하에 위치한 중식당 어양이 여름철을 맞아 대대적인 수리에 들어갔다. 당시 점심시간이면 한미약품 임원들은 별 약속이 없으면 어양에서 임성기 회장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것이 '관례'였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식당 수리로 인해 당분간 어양에서 점심식사를 하지 못하게 되자 당시 총무 담당 H이사는 회장님과 임원들이 이용할 식당을 고심 끝에 골랐는데 그 집이 칼국수를 꽤나 맛나게 하는 집이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임 회장은 어김없이 임원들을 대동하고 그 집으로 향했다.

식당은 칼국수 말고도 보쌈, 해물전 등 다른 메뉴도 많았으나 회장님이 칼국수만 주문하니 모두들 따라갈 수밖에 없는 눈치였다.

나도 면 종류라면 자다가도 일어날 정도로 좋아하던 터라 칼국수를 맛있게 얻어먹곤 했다. 그러나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매일 같은 음식을 먹다 보면 질리게 마련이다.

하루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개발담당 L모 전무에게 오늘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다른 메뉴를 시켜보자고 제안했고, L전무는 흔쾌히 "오케이"했다. 식당으로 향하는 길에 나는 L전무에게 “전무님, 오늘은 필히 보쌈을 시킵시다. 전무님이 총대를 메세요”라고 속삭였다. L전무는 염려 말라고 하고는 당당하게 앞장서 식당에 갔다.

임원들은 식당에 들어서자 미리 준비된 자리에 앉았다.

임 회장이 말했다. “자, 모두들 음식 주문해요. 난 칼국수”. 그러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들 앞다퉈 칼국수를 주문했다. L전무 차례가 됐다. 나는 어떻게 하나 보면서 L전무에게 눈짓으로 보쌈을 채근했다. 그러자 L전무는 “나도 칼국수 주세요. 해물 칼국수로”. 회장님께 대한 L전무의 소심한 반란이었다.

대웅제약의 윤영환 명예회장도 칼국수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즐긴다.

대웅제약이 1988년 본사를 서초동에서 삼성동으로 이전하기 이전 자주 갔던 명동칼국수집이 있었는데 윤 회장도 점심 시간에 간부들과 이곳을 자주 이용하곤 했다.

윤 회장은 칼국수가 나오면 일단 칼국수 그릇에 김치를 한 접시 다 부은 다음 휘휘 저어 칼국수와 함께 버무려 먹는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드시는 회장님은 시골입맛 그대로였다. 거기서 배워 나도 가끔씩 칼국수를 먹을 때 김치와 버무려서 먹는데 맛이 일품이다.

반면에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은 같은 칼국수를 먹더라도 왼손에 든 숟갈 위에 면을 정갈하게 올려놓은 뒤 반드시 백김치와 함께 먹는다.

임 회장은 매운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경영 스타일은 닮았으나 식성은 이렇게 달랐다.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 대웅제약 윤영환 명예회장은 젊은 시절 소박한 칼국수를 드시면서도 한국제약산업의 도약을 이끌 부푼 꿈에 젖었으리라. 모쪼록 두 분이 오래도록 건강하시길 빈다.<올리브애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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