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료사고 소송을 다룰 의료감정원을 설립해 내년 4월부터 운영키로 했다고 한다. 의협은 21일 프레스센터에서 의료감정기구 설립을 위한 토론회를 갖고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의료감정원의 조직은 위원장 1명, 부위원장 1~2명, 위원은 4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의협의 의료감정원 설립 추진은 지난 10월 횡격막 탈장으로 병원을 방문한 8세 어린이 환자의 오진으로 3명의 의사가 구속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등 전문의와 가정의학과 전공의 등 의사 3명은 이 환자의 X-레이상 이상소견을 발견하지 못해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함으로써 숨지게 해 구속된 후 수원지법으로부터 1년 이상 금고라는 실형을 선고받았었다.

의사의 오진으로 환자가 사망할 경우 그 유족들은 말할 수 없는 억울함과 분통한 마음을 갖고 의사가 처벌되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또 이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기를 바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이러한 사고가 발생할 때 의사의 입장도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헛된 일은 아니다. 환자가 병ㆍ의원에 찾아올 때 환자의 병세가 더 나빠지거나 이로 인해 생명에 치명적 결과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의사는 아마 이 세상에 단 한명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의사가 의도적인 살인 의사가 없을 경우 의사를 구속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의사의 오진으로 숨진 환자와 구속된 의사의 인권을 동시에 보호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과제다. 사실 이러한 의료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12년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설립 운영 중이다. 중재원 설립 이후 2016년까지 의료사고 상담 건수는 연평균 11.7%씩 증가해 2016년에는 8828건에 달했다.

이 중 양방이 7439건(84.3%), 치과 1052건(11.9%), 한방 236건(2.7%)이었다. 실제로 피해조정 신청 건수는 연평균 30.5%의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의협이 자체적으로 의료감정원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나름대로 퍽 의미가 있다. 국가기관인 기존의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맞서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규명에 민간기구가 설립되면 경쟁체제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협 의료감정원이 얼마나 독립성과 전문성, 공정성을 갖출 수 있는가에 따라 감정원 설립의 성공 여부가 가늠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의협의 의료감정원이 일방적으로 회원 의사들의 권리 보호에 급급해 공정성을 잃는다면 의료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고 오히려 새로운 갈등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 감정원 설립을 위한 의학적 전문인력뿐 아니라 법의학 분야의 전문가 확보와 이에 따른 예산 확보도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의협 의료감정원 설립은 설립 초기 인적 구성부터 공정성 확보에 무게를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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