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서울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47)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임세원법’ 제정이 의료계와 국회 여야 의원들 간에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회장은 사고 다음날인 지난 1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일주일동안 임세원 교수 추모기간이 끝나는 대로 입법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회 보건복지위 여야의원들도 현행 의료법과 응급의료법ㆍ정신건강복지법 등을 개정해 의료인들의 진료시 위험 요인을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고 임 교수는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30대의 조울증 외래환자를 진료하던 중 이 환자가 갑자기 호주머니에서 꺼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한 진료 방해 행위는 신고된 것만 모두 893건이었다. 이 가운데 의료진 폭행이 40.9%로 가장 많고 다음은 위협, 위계·위력, 난동ㆍ폭언ㆍ욕설 등 순이었다. 병원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곳이다. 어떤 폭력 행위도 용납돼선 안되는 장소다. 병원에서 폭력이 난무하면 환자는 물론 진료하는 의사의 생명도 보호받을 수 없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지난 8월 의료진 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토론회를 가진 적이 있다. 그러나 가해자 처벌을 강화한 것 외에 특별한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병원 내 의료진에 대한 폭력 가해자가 설사 정신질환자라고 해도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신질환이 폭력을 가할 수 있는 권리를 허용하는 면허증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응급의학회, 병협, 의협 관계자들도 한결같이 진료실내 폭행에 대해 사전예방대책을 정부 측에 요구했을뿐 특별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중소병원의 응급실 안전경비가 취약한 현실을 감안해 청원경찰, 경비원확보에 따른 예산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료계의 요구가 제시됐을 뿐이다.

그러나 병원 내 사전폭행예방대책은 무엇보다 해당의사와 병원 측이 먼저 제시해야 하는 게 맞다. 현장 사정을 누구보다 의료진과 병원 측이 가장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특수성을 감안해 정신과의 경우 환자의 소지품에 대한 사전 보안검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 강북삼성병원 의사살인사건의 범인도 길이 33cm의 흉기를 갖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제지없이 의사와 단둘이 면담중 참담한 일을 저질렀다고 하지 않은가.

사전 보안검사에 대한 매뉴얼을 병원 측이 자체적으로 마련해 실시한다면 이를 이해하지 못할 환자 가족은 아마 없을 것이다. 관련 예산만 정부에 요구해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발상도 세금을 내는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복지부도 이에 뒷짐만 지고 있을 게 아니라 모든 정책적ㆍ행정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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