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병원인 서울의료원의 간호사가 자살하자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서울의료원과 민노총 소속 전국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서울의료원 측은 이미 부원장을 비롯해 병원 측 인사 8명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유족 측과 의료연대는 “병원 측의 말은 거짓말이고 가짜뉴스다. 사고 후 병원장이 유족을 한번 찾아온 이후 아무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서울의료원 간호사 서모씨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지난 12월18일이었다. 간호행정 부서로 인사 이동 배치된 이후 12일 만이었다고 했다. 서씨는 그 후 퇴근하면 “주위의 부정적 태도와 압박에 일을 할 수가 없다”며 가족들에게 불만을 털어놨다는 것이다.

간호사의 자살은 지난해 2월 서울아산병원의 신입 간호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의 경우 간호사사회에 만연한 ‘태움문화’가 원인인 것으로 전해진다. 태움이란 선배간호사가 후배간호사를 길들이기 위해 행하는 온갖 인격적ㆍ육체적 가혹행위등 악질적 행동을 일컫는다.

이번 자살한 서울의료원 서씨는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자신의 자살 이유를 전하고 있다. “자신의 장례식에 병원 사람은 단 한명도 오지 말라고 하라. (시신을) 병원에 데려가지도 말라”는 내용의 유서를 통해서다. 서울의료원의 압박이 얼마나 견딜 수 없었으면 서씨가 이같은 극단적인 행위를 선택했는지 세상에 알리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서 씨는 소위 간호사계에선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경력 5년의 간호사인데도 그렇다.

그럼에도 병원 측은 서씨의 죽음에 관한 의문 해소에 소극적이다. 원장이 서씨의 가족을 만난 것은 장례식이 끝난 후 3일만이었다고 한다. 병원 측이 서씨의 죽음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병원 측은 “사망 관련 담당자가 있는데 지금 연락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서씨의 죽음이 마치 서씨 개인의 일이라는 태도다.

병원 측이 서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 것도 지난 10일이었다. 서씨가 사망한지 22일만이었다. 의료연대 측이 서씨의 죽음 원인에 대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자 마지못해 보여주기식으로 구성했다는 의문이 든다.

병원 측이 부원장을 비롯한 병원 측 인사 8명으로만 위원회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성은 공정성을 잃은 것이다. 이는 범법 행위를 저지른 범인에게 범죄 원인을 밝혀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병원 측이 사건의 원인을 은폐하고 유야무야하려는 의도가 아니고서야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진정으로 서씨 죽음의 진상을 알아내려고 할 의도가 있다면 병원 측 인사를 최소화하고 유족 대표와 전직 간호사 대표 등을 포함한 제3자들로 조사위원회를 재구성하는 것이 마땅하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에도 유족들 대표가 다수 포함됐다는 사실을 병원 측이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병원 측이 뒤늦게 일반인 위원 2명을 추가했으나 이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에 서울시가 직접 나서야 한다. 또 이에 대한 원인을 조사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 박 시장이 유족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함께 대책 마련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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