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만난 제약계 원로 연만희 고문(유한양행ㆍ사진)의 건강은 여전히 팔팔했지만 제약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두웠다.

유한생활 50년-.일선에서 물러났다고 해도 여전히 제약계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영원한 제약맨이다.

그는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일동제약 이금기 전 회장과 함께 제약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런 연 고문이 바라보는 제약판은 어떠했을까. 한마디로 어두웠다.

그는 국내 제약사들은 결국 다국적사들의 도매상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이 그렇다.말이 좋아 전력적 제휴지,요즘 상위 제약사들이 앞다퉈 다국적사들과 제휴를 하고 있는데, 속사정을 살펴보면 다국적사 제품이라도 끌고 들어와 매출 올리겠다는 저의가 감춰져 있다.

그는 시장도 포화 상태라고 했다. 다시말해 국내에선 더 이상 희망이 안보인다는 것이다. 시장은 포화인데,410여개 제약사들이 오리지널 카피약으로,경쟁력도 없이 바글대며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는 꼴이다.

무엇보다 국내 제약 시장,국내 제약사들의 영세성을 그간 보건 정책,보건 전문가의 부재 탓으로 돌렸다.

아시아 최대 제약회사인 일본의 다께다를 키운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역대 보건복지부 장관에 비전문가들이 전리품 나눠먹 듯 들어온 탓에 제약 기업을 키울 분위기나 풍토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역대 장관 평균 임기 8개월,비전문가들이 그 짧은 기간에 무엇을 하겠냐는 투로 꼬집었다.

그래도 역대 장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로는,군인 출신의 안필준 전 대한노인회 회장이었다고 회상했다.

안 장관이 과거 제약사 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의료 분야를 알면 얼마나 알겠나. 장관 얼마쯤 하다가 떠나라면 떠나야되는데, 그동안 무엇을 하겠는가. 의약계 돌아가는 내용도 모르고 ,전문가도 아니고···. 그러나 단 한가지,여러분들이 임기동안 꼭 해야될 과제 하나 던져주면 해결하고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솔직하고 담백한 안 장관의 말이 가장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말을 거침없이 이어간 연 고문,그러나 표정 한 구석 어딘가는 깊어가는 가을만큼이나 쓸쓸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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