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편집국]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늙는 길 가시덩굴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하였더니/어느 새 백발이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고려시대 유학자 우탁의 ‘탄로가’.

사람은 태어남과 동시에 늙는다. 인생의 황혼은 누구에게나 온다. 늙음을 한탄하고 막아보려 하지만 세월과 함께 찾아오는 흰머리를 거스르지는 못한다. 노년의 삶이 중장년기와 별 차이가 없다면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병든 몸과 마음, 건망증, 노여움 등은 늙음과 동시에 찾아와 노년의 삶을 힘들게 한다.

평균 수명이 연장되고 고령인구가 증가하면서 새로운 사회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이미󰡐고령화사회에 진입했으며, 향후 8년 후에는 '고령사회'에,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고령자들은 체력이 저하돼 있고 인지능력이 떨어져 있어서 일반 성인들에 비해 각종 사고에 노출돼 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인 CISS에 2009년 한 해 접수된 65세 이상 고령자 관련 위해정보 건은 2,191건으로 2008년 2,082건에 비해 5.2% 증가, 생활 속에서 고령자 안전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고령자 안전사고의 48.8%가 가정에서 발생하고 있어서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이 노인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고령기는 다른 어느 때보다 주거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노화로 인해 행동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주로 가정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노년기에는 안정된 주거가 매우 중요하다. 고령자에게 있어서 집안 상태의 열악성은 노후의 삶을 힘들게 할 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마저도 위협하고 있다.
고령자는 신체 특성상 작은 사고가 큰 병으로 확대될 수 있다. 집안에서 발생하는 사고 또한 화장실이나 방바닥, 계단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가 50.0%이며, 침대나 의자에서 낙상하는 사고가 13.3%를 차지한다. 기력이 전반적으로 쇠약해진 고령자들은 일반 성인과 달리 집안 곳곳이 안전 사각지대이다.

집안에서 일어나는 작은 사고라고 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지만 고령자에게는 치명적인 골절상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침대에서 낙상하여 고관절 골절로 입원했지만 고령이라 수술을 못하고 누워있다가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예가 많이 발생한다.

노인들은 연령 증가에 따른 근력 저하로 인해 자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시력이나 청력, 평형감각 등의 감각기관이 약화돼 있어서 집안에서도 쉽게 넘어지거나 낙상사고를 당한다. 따라서 집안내 사고 발생 비율이 높은 곳에 안전손잡이를 설치하거나 화장실, 방바닥에 미끄럼 방지를 위한 조치만 취해도 어느 정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집안내 고령자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이미 2000년부터 주택 개조 지원법을 제정하여 집안내에 손잡이 설치나 바닥재 교체를 할 경우 개조비용을 지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토해양부가‘고령자주거안정법’을 2008년부터 입법 추진하여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매우 반가운 일이다.

고령자 안전사고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법과 제도, 안전교육 등의 사회적 지원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고령자 안전사고는 개인과 가정, 사회 모두에게 아픔으로 남게 된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안전국 위해정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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