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의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지난 4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숨진 것을 윤 센터장의 아내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설 귀성 약속을 했는 데도 귀가하지 않는 윤 센터장을 찾아갔다가 숨진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1일 오전에는 인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당직실에서 30대의 2년차 전공의(레지던트) 신모씨가 당직 도중 숨진 것을 동료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윤 센터장과 신씨의 죽음은 지난해 12월31일 서울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가 진료 중이던 정신질환자 박모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살해된 이후 한달여 만에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간호사들의 죽음도 잇따랐었다. 어찌하다 우리나라의 진료환경이 이처럼 의료인들이 죽음에 이를 만큼 악화됐는지 알수 없다.

조사 결과 윤 센터장은 ‘관상동맥경화에 따른 급성심장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전공의 신씨의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동료들은 과로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이는 국내 병원들의 진료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윤 센터장은 SNS에 ‘오늘은 몸이 3개, 머리가 2개였어야 했다. 내일은 몇 개 필요할까’라는 글을 남겼다고 한다. 그만큼 환자들의 생명을 구해야 할 사명감이 있는 의사들에게는 하루도 맘 편할 날이 없는 게 의사들의 생활이다. 윤 센터장은 중앙응급의료센터의 8개팀을 이끌며 밤낮없이 쏟아지는 응급의료 상황을 총괄해야 했다고 한다.

지난 2017년까지는 돌발 상황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실장까지 겸해야 했다는 것이다. 이러니 일주일동안 귀가하는 날은 잘해야 하루 정도라고 했다. 상황실장 자리를 내려놓은 지금도 이러한 사정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전공의 신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수련과정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전공의법’을 제정해 주당 36시간 연속 근무를 금지시켰다. 그러나 일선 병원 현장에선 오히려 이러한 규정이 36시간 연속 근무를 허용하는 것으로 이해돼 전공의들의 과로를 불러들인다고 한다. 신씨도 이날 24시간 근무에 이어 36시간 연속 근무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윤 센터장과 같은 관리감독직 지위에 있는 의사들에게는 이러한 금지 규정도 없다. 근로기준법에서 관리감독직 지위에 있는 근로자에게는 근로시간 제한 규정을 따로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명감을 가진 의사들이 과로로 쓰러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특히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은 동네 병ㆍ의원이 문을 닫는 토ㆍ일요일 등 연휴에는 당직자들이 초죽음 상태라는 병원 측의 하소연이다. 평소 3배 이상의 환자가 응급실로 몰려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와 공동으로 13일까지 의료인 폭행 실태를 조사한다고 한다. 조사 후 의료인을 위한 안전수가를 신설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수가 신설을 건보료 인상의 구실로 삼아선 안된다. 불요불급한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의 예산을 국회와 협의해 얼마든지 돌려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들의 생명은 의사들이 지켜준다. 그러나 의사들의 생명은 누가 지킬 것인지 생각해볼 때다. 이는 국민과 정부당국이 해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보건복지부가 이에 앞장서야 한다. 환자들 못지 않게 의사들의 진료환경 등을 개선하는 것이 의사와 환자 모두의 복지를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위해 존재하는 정부부처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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