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경 신임 식약처장이 11일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다. 이 신임 처장은 취임에 앞선 언론 인터뷰에서 “제약ㆍ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데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처장은 “의약품ㆍ화장품 등의 품질을 향상시켜 글로벌 시장에서도 손색이 없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처장은 식약처장으로 발탁되기 전까지 사회약학 전문가로서 성균관대 약대 제약산업특성화대학원 교수로 재직해왔기 때문에 그의 발언에서 이같은 의지는 충분히 읽혀진다. 그래서 그의 제약ㆍ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식약 행정에 거는 기대는 크다. 그러나 그의 이력에서 행정 경험이 거의 없는 것은 한가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는 모든 학자 출신 공직자들에게서 볼 수 있듯 이 처장이 앞으로 식약 행정을 펴면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 처장은 공직자로서, 또 거대 조직의 수장으로 지도력을 평가받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한다. 이 처장이 숙대 약대 교수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실장, 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 회장 등 경력의 대부분을 연구실과 학회, 대학 강단에서 일해온 일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임자인 류영진 처장은 이 처장과 달리 시중에서 약국을 하다가 한순간에 식약처장으로 벼락 출세한 경우다. 그는 갑자기 식약처장 자리에 오르자 대국회업무ㆍ대언론 관계에서 미숙하기 짝이 없는 처신을 보였다. 큰 조직의 행정 무경험 탓이었다.

취임 한달 후 발생한 살충제 계란 파동 때는 관련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 “국내산 계란에선 살충제 성분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를 했다가 닷새만에 거짓으로 들통이 났다. 또 “국내산 계란은 하루 2.6개씩 평생 동안 먹어도 안전하다”고 발언했다가 국회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혼쭐이 났다. 이낙연 국무총리로부터는 “업무 파악이 안돼 있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살충제 계란 문제와 관련해 8월8일 이 총리와 대면보고 일정이 있는 데도 8월7~9일 연 3일동안 휴가를 떠나고 휴가 중 법인카드를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모두가 행정 경험이 없는 데서 빚어진 촌극들이다.

류 전 처장은 출신 지역인 부산에서 내년 총선 출마 준비를 위해 처장직을 자진 사퇴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가 최근에도 부산 지역에 내려가 약사회 모임에서 “조만간 부산으로 내려오겠다”고 하며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 때문에 류 전 처장이 총선 출마용 스펙을 쌓기 위해 식약처장 자리를 잠깐 들렀다 가는 자리로 이용했을 것이란 추측을 낳게 한다.

식약처장 자리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제약ㆍ바이오산업은 미래성장동력과 차세대 국가주력산업으로 집중 육성해야 할 주요 국가전략산업이다. 식약처장은 이러한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의약품과 식품에 관련된 국민건강과 안전도 지켜야 한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와 충돌없는 협력은 필수적이다. 그 큰 짐이 식약처장에게 주어진 임무다. 이 신임처장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전문성, 공(公)과 사(私)를 구분할 줄 아는 행정력을 발휘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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