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주 발표한 건강보험종합대책은 2017년에 공개했던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수정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수정 계획에선 당초 2018~2022년까지 돼있던 건강보험 보장률(전체 진료비에서 건보료가 내주는 비용의 비율)을 2017년 기준 62.7%에서 70%로 강화하는 목표를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그러나 당초 예상했던 추가 비용은 30조6164억원(2018~2022년)에서 41조5842억원(2019~2023)으로 늘려 잡았다. 또 이러한 건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가입자들이 내는 건보료율을 당초 계획 2~3%의 인상률을 2022년까지 매년 3.49%로, 2023년부터는 3.2%로 대폭 올려 받기로 했다.

나머지 재원은 종전 계획처럼 정부의 예산지원금 6조9000억원과 건보적립금 20조5000억원에서 일부 헐어 보태기로 했다. 이번 발표된 계획이 당초 계획안에 비해 달라진 것이 있다면 추가 소요 비용을 마련하는데 가입자들이 내는 건보료를 대폭 올린 것 외에는 거의 없다.

복지부는 이번 수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오는 2026년에는 건보료율을 8.12%까지 올려야 재원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건보료율의 법정 상한선인 8%를 넘어서는 것으로 1999년 건강보험법 제정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그때 가서 법률안을 다시 손질하면 된다”고 했다. 말하자면 앞으로 7년 후의 일을 지금 정권이 책임질 일은 아니라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문제는 또 있다. 건보보장률을 높이는데 필요한 재원이 대부분 기업과 가입자들의 부담만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장성이 강화된 만큼 기업과 가입자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현재 국내 경기는 모든 국민이 체감하고 있듯 1997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어려운 고비를 맞고 있다. 실업자 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기업 수익률도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최악의 불경기로 인해 서울 시내 주요 번화가는 빈 상가가 즐비하다. 안정된 고급 일자리 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불안정한 알바 수준의 일자리만 늘고 있다. 이러한 마당에 기업과 가입자들의 보험료율을 높이는 것은 보험 가입자들을 이중으로 골탕먹이는 일이다. 지난 13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회에서 복지부의 건보종합대책이 발목이 잡혀 통과되지 못하고 보류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과 가입자 대표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복지부가 건보종합대책을 밀어붙이려는 계획을 포기하지 않을 듯한 기세다. 이에 대해 의료계와 일부 민간단체에선 정부가 오는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만일 그런 의도라면 가입자들의 반발은 더 거세질지도 모른다.

따라서 복지부는 건강보험의 먼 미래를 설계한다는 자세로 건보보장률을 단계적으로 속도를 늦추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것이 건보제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 운용의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건보보장성의 급격한 강화에 대한 기업과 가입자들의 반발도 가라앉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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