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지난주(17일) 국내 첫 외국인 영리병원인 제주녹지국제병원의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제주도는 이날 녹지병원 측이 ‘개설 허가 후 3개월 이내 개원’과 ‘외국인 환자만 진료할 것’이라는 허가 조건을 지키지 않아 허가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녹지병원 측은 지난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사업계획서를 승인받을 때 이러한 조건은 없었다며 소송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이 문제는 장기 소송전을 예고하고 있다.

녹지국제병원은 중국 녹지그룹이 제주도에 세우기로 하고 복지부로부터 승인을 받아 추진했었다. 그러나 사업이 부진하자 올해 3월 말 현재 사업 초기 신고했던 의사 9명은 전원 사직했고 직원도 137명 중 60여명만 남아있다.

영리병원이란 투자자들이 병원 설립과 운영에 투자하고 병원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외부에 가져갈 수 있는 병원이다. 병원 수익금을 외부로 가져가지 못하고 병원 시설 등에만 재투자해야 하는 기존 병원(개인병원 제외)과는 다르다. 정부는 이러한 영리병원을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경제자유구역법, 제주특별법, 국제과학벨트법, 새만금사업법등이 적용되는 해당 지역에서만 영리병원 설립이 가능토록 허용했다. 이들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편의를 위해서였다.

그 이후 영리병원 설립에 관한 찬ㆍ반 논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미ㆍ일 등 선진국을 포함한 각국이 영리병원을 허가하는 것이 세계의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소한 제한된 지역에서라도 영리병원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거의 찾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바이오 등 첨단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의료의 산업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수출ㆍ입 등 무역과 경제 규모가 확대될수록 수출과 내수산업이 균형있게 발전해야 경제 성장도 가능하다. 세계 10위권의 상위권 경제대국이라면 더욱 그렇다.

수출산업의 핵이 제조업이라면 내수산업은 서비스산업 육성을 빼놓고 논의할 수 없다. 서비스산업 중 의료 분야는 가장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14년도 보고서(경쟁력 취약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과제)에서 영리병원 허용 등 규제 개선을 통해 의료서비스업의 활성화가 이뤄지면 생산 유발 효과가 2020년 62조4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의료서비스 관련 일자리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영리병원 설립 허용을 반대하는 측은 공공재의 성격을 가진 의료서비스가 상업재로 바뀌면 의료비가 비싸지고 실력있는 의료진이 부자한테 몰려 의료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의사의 병원 개설권 독점권을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기술 발전과 변화를 받아들이기를 원하지 않는 의료 기득권 세력의 방어적 자세라는 해석이다.

지금은 첨단기술에 의한 변화의 바람을 막을 수 없는 4차산업혁명의 시대다. 어차피 변화한다면 앞장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선도하는 것이 의료 선진화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길이다. 따라서 영리병원은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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