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출신인 권영희 서울시의원이 최근 공공 야간 약국 운영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안을 발의해 이를 둘러싼 찬반론이 뜨겁게 일고 있다. 발의안 내용을 보면 1개구에 2곳씩, 모두 50곳의 심야 약국을 운영하고 운영 시간은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3시간 문을 열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이를 위해 1곳마다 1시간당 3만원씩 하루에 9만원의 운영비를 서울시 예산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이에 소요되는 예산은 연간 17억원에 달한다.

심야 약국은 늦은 밤 시간 의사들의 진료 공백 시간을 메우고 경증 환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일단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도 이를 인정하고 타당성조사비와 시범운영비 등 모두 10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시범운영에 앞선 타당성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이러한 서울시의 심야 약국 운영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선 상당한 의문이 있다. 우선 굳이 심야 약국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야간 응급환자를 위해 동네의 24시간 편의점 등에서 13종의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다. 가벼운 배탈이나 고열 감기등 상비약품을 구입하는데는 불편함이 없다. 이보다 심한 질환은 병원 응급실을 찾아도 된다.

또 지정된 약국에서만 야간 약국을 운영할 것인지, 아니면 모든 약국이 책임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교대로 돌아가며 운영할 것인지도 문제로 남는다. 특정 약국에서만 운영할 경우 일반인에 장소를 널리 알리는 데는 무리가 없으나 약사 1명으로는 운영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여러 약국이 책임을 나눌 경우 소비자들이 약국의 위치 파악이 어려워 찾아다니느라 헤매는 불편함이 따른다. 차라리 병원을 찾는 것이 더 빠를 수 있다는 반론이 있다. 이밖에도 현재 야간 약국을 운영하는 경기도와 제주도 대구 대전 인천 광주 등의 사례를 볼 때 예산 대비 효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다.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야간 약국 운영은 교통이 불편하지 않고 지정 약국을 찾기 쉬운 지방 소도시에선 바람직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서울처럼 같은 구(區) 안에서도 길을 찾기 어려운 대도시에선 예산 대비 효과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본다.

또 야간 약국 운영은 현재 서울시가 예산을 배정해 타당성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토대로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도입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타당성조사나 시범사업도 하기 전에 약사 출신의 권 의원이 관련 조례안을 발의한 것은 어떤 속셈이 있어서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의사들의 야간진료 공백 시간을 틈타 의사들의 진료권을 일부 침탈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차라리 시민 편의를 위해서라면 야간 약국 운영보다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응급의료기관과 주말 진료를 하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 등 기존의 의료 인프라를 지원 및 보강하는 것이 효율적이이라는 의사단체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그것이 의약분업의 원칙에도 맞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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