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최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요양병원의 치매약 처방을 일당정액제에 포함시키도록 요양병원 건보수가체계 개편안을 의결하자 대한치매학회 대한신경학회 등 관련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일당정액제는 진료서비스와 의약품 치료재료 등의 서비스 제공과 관계없이 입원일당 고정금액을 진료비로 부과하는 지불제도다. 외래서비스에선 건당 진료비라고 한다. 정해진 금액 내에서 진료를 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선 요양병원의 과다 진료를 방지하고 진료비용 통제가 가능해 지나친 건보재정 지출을 막을 수 있다.

반면 요양병원 입장에선 수입을 늘리기 위해 진료 건수를 늘리거나 환자에 대한 진료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약 처방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선 정신과 의사들이 치매환자들에 대해 소신있는 진료나 약 처방을 할 수 없다. 자연히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치매치료제의 주성분별 하루 소요 비용은 가중평균가격 기준 1292~2106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정해진 일당정액은 877~1015원이다. 소요약제가격의 50%를 조금 넘는 금액이다. 더구나 병용약제가 필요한 중증치매환자의 약제비에 비해선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당국은 치매환자의 적극적인 진료와 입원을 유도하기 위해 치매진료의 일당정액제는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진료서비스가 허술하고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면 누가 ‘치매 국가책임제’를 믿고 요양병원에 치매환자를 입원시키려 하겠는가.

따라서 요양병원의 치매약을 일당정액제로 제한하는 것은 치매환자 진료를 불가능하게 하고 요양병원의 의료적 기능을 상실케 하는 것이란 의료계의 비판도 무리는 아니다. 정부당국과 관련 의료계가 다시 머리를 맞대고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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