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주 충북 오송에서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으로 명명된 거창한 행사를 갖고 ‘바이오 헬스산업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지난해 144억달러에 그쳤던 바이오ㆍ의료기기 수출을 오는 2030년까지 600억달러로 늘리고 의약품과 의료기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1.8%에서 6%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목표 연도까지 연구개발(R&D) 투자에 정부가 4조원을 지원하도록 돼있다.

바이오ㆍ의료기기 분야가 국가의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정부가 그럴듯한 목표를 세워놓고도 이를 실천할만한 의지와 법적 지원을 제 때에 할 수 있느냐에 있다. 과거 황우석 사태에서 겪었듯 한국이 앞섰던 분야가 각종 규제에 막혀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에서 후발인 일본에 뒤진 것은 지금도 아픔으로 남아있다. 또 원격의료 제한으로 각종 웨어러블 진료기기의 개발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1990년 이후 20여년동안 노키아라는 브랜드로 세계 휴대폰시장을 석권했던 핀란드가 노키아 몰락 후 새로운 먹거리로 바이오ㆍ의료기기산업을 육성한 성공 스토리를 한국이 의미있게 눈여겨봐야 한다. 핀란드는 2017년 가장 먼저 민간 기업의 의료정보 수집과 활용을 전면 허용하는 바이오 뱅크법과 의료사회정보의 2차 활용법 등을 만들어 의료정보에 관한 모든 규제를 철폐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핀란드는 전 인구(530여만명)의 10%에 육박하는 50만명에 대한 유전자정보를 수집해 현재 분석 중이다. 환자들의 정보를 데이터화한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오는 2023년 핀란드는 이를 통해 환자별 맞춤형 신약을 개발해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규제가 풀리자 세계 3위의 제약사인 영국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미국 GE 등 글로벌 제약사와 의료기기 회사들이 핀란드로 몰려들었다.

한국은 어떤가. 환자의 유전자정보를 활용한 신약개발은 연구 목적 외에는 허용이 되지 않는 나라다. 개인정보보호라는 이유로 철저히 정보 이용이 규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격의료사업도 그렇다. 외국에선 스마트폰앱을 이용해 정보를 입력하면 그 결과를 분석해 필요한 질병 예방과 치료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일상화돼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첨단 의료기기산업이 글로벌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지 오래다.

그러나 한국에선 이를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의료법의 ‘대면진료’ 규제에 꽁꽁 가로막혀 있는 탓이다. 정부의 바이오헬스산업 혁신 전략은 아무리 정부의 의지가 강해도 이러한 전제가 충족되지 않으면 보여주기식 행정 구호에 그친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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