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입원한 사실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의사의 회진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회진 때 환자들 앞에서 의사들끼리 주고받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영어인지 한국말인지 라틴어인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는 대화가 많다.

의무기록 기재 내용은 또 어떠한가 ? 의무기록은 아무리 읽어봐도 이해할 수 없는 비밀이 가득하다. 특히 치과나 한의원 의무기록은 또 그들만의 독특한 필체로 더욱 알아보기가 어렵다. 담당전문의가 회진시 전공의에게 지시한다 “오피한 부위의 슈처 상태 옵져브하고 어브노말 있으면 노티해” 이건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해석하면 “수술한 곳의 봉합 상태를 관찰하고 이상이 있으면 보고하라”는 뜻이다. 위 대화 내용이 환자가 알아들어서는 안되는 내용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환자가 알아들었다면 의사가 미처 관찰하지 못한 상처 부위에 이상이 발생하였을 때 환자가 먼저 이상이 있다고 보고하였을 것이다.

의무기록은 환자의 질병에 대한 총체적이고 유일한 자료로 의학적, 법적, 사회적 가치가 매우 높고 의료행위의 적정성 판단을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내 의무기록 속의 비밀? 내가 나의 진료내용을 아무리 봐도 알 수 없으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걸까? 병원이나 치과, 한의원 등에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면 우리 모두는 그것이 궁금할 것이다.

의료법 제 22조에는 “의료인은 각각 진료기록부, 조산기록부, 간호기록부 그 밖의 진료에 관한 규정을 갖추어 두고 그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의료법시행규칙 제 14조에는 “진료기록부 등은 해당사항을 한글과 한자로 적어야 하나, 질환명, 검사명, 약제명 등 의학용어는 외국어로 적을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글이나 한자로 기재된 의무기록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고, 진료기록부의 허위작성이나 진료기록부에 진료내용 기록이나 서명을 하지 않으면 각 면허 자격정지의 처분과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되어 있으나 현실적으로 처벌도 쉽지 않다.

의무기록의 한글화 사용은 의료소비자에 대한 편의제공이라는 근본적 취지가 있었다. 의료의 전문성에 따라 의학용어를 한글화로 번역하여 사용하여도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비피(BP), 피오(PO), 아앰(IM), 아이브이(IV), 오피(OP)는 각각 혈압, 구강약, 근육주사, 정맥주사, 수술이라는 의미로서, 누가 봐도 쉽게 한국어로 기재가 가능한 용어지만 과거부터 기재해 오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영어로만 기재하는 것은 의료인들이 의무기록의 한글화작성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없고, 의료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탓이 아닐까?

환자에 대한 배려 및 관심부족은 많은 의료소비자의 불신을 초래하게 된다. 한국소비자원에 의료분쟁으로 접수되는 많은 사건들에 있어서도 소비자가 제출한 의무기록은 간호기록지와 진단서, 소견서 등을 제외하고는 대개 외국어로 된 전문용어이다. 그 중의 일부는 의료인들만이 읽을 수 있는 약어로 기재하여 의학사전에서 조차 찾을 수 없는 약어가 있어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영어로 기재한 내용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필체로 작성되어 의료인조차 그 기록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의료법(제 21조)에 의하여 진료기록부를 열람, 복사하여 본인의 진료내용을 알도록 하였지만 의료에 문외한인(환자)은 물론이고 판사나 변호사조차도 의무기록에 어떠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지 알 수 없으므로 소비자들은 의료분쟁이 발생되면 의무기록의 기재내용을 번역할 방법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다가, 결국은 별도의 돈을 지불하며 의무기록 번역을 해주는 곳을 찾게 되는 등 이중의 고통을 안고 있다.

흉부외과학회지의 논문(2007년, 한·중·일 3국간의 129개 의학용어 일치비율과 실제현장에서의 영어사용 범위 분석)에 의하면, 의무기록 기재 시 중국은 93%가 자국어만으로 작성하고, 자국어와 영어를 합성하여 사용하는 일본의 경우도 자국어만 쓰는 경우가 10.8%에 달하지만 유독 한국만 129개 용어 중 자국어만으로 쓰는 용어는 단 하나도 없다고 보고하고 있다.

영어와 한자 등이 뒤범벅이 된 용어를 사용하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의사와 환자와의 벽이 높다고 보이고 그 벽을 낮추기 위해서는 쉬운 용어부터라도 의무기록 기재의 한글화로 답답한 소비자의 마음을 뻥 뚫어주었으면 한다.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 차장>

소비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의무기록 법규정

1. 진료기록부 등의 기재사항(의료법시행규칙 제 14조) : 진료기록부에는 진료를 받은 자의 주소, 성명, 주민등록번호, 병력, 가족력, 주된증상, 진단결과, 진료결과, 치료내용(주사, 투약, 처치 등)을 기재해야 하며, 간호기록부에는 체온, 맥박, 호흡, 혈압, 투약, 섭취 및 배설양과 그 외 처치와 간호에 관한 사항을 기재해야 한다.
2. 진료에 관한 기록의 보존(의료법시행규칙 제 15조) : 진료에 관한 기록의 보존은 진료기록부와 수술기록은 10년, 환자의 명부, 검사소견 기록, 방사선사진 및 소견서, 간호기록부, 조산기록부는 5년, 진단서 등 부본은 3년, 처방전은 2년이며, 진료에 관한 기록은 마이크로필름 또는 광디스크 등에 원본대로 수록하여 보존할 수 있다.

3. 기록열람 등(의료법 제 21조) :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는 환자, 환자의 배우자, 환자의 직계존속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직계존속이 없는 경우 환자가 지정하는 대리인)이 열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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