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주 열린 총회에서 게임중독(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을 공식적으로 질병으로 분류한다고 발표하자 국내 게임업체들이 크게 반발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WHO는 이번 총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새로운 ‘국제질병분류(ICD) 11차 개정안’을 194개국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2014년 처음 논의를 시작한 후 5년만이다. 이 개정안은 2022년 1월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ICD는 사람의 질병과 원인을 의학적으로 분류한 국제기준으로 각국의 건강정책과 보건행정의 기본이 된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6월 중 문화관광체육부 등 관련부처와 법조계 의료계 학계 시민단체 게임전문가로 민간협의체를 구성해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그러나 게임산업의 주무부처인 문체부와 게임학회 게임협회 게임문화연대 웹툰협회 등 관련 88개 단체들은 이에 강력히 반발해 게임의 국내 질병분류를 저지키로 했다고 한다.

게임중독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게임에 몰두하는 현상이다. 일상생활뿐 아니라 건강에도 약영향을 미친다. 수면 부족, 식욕 저하로 이어져 대인관계에도 문제가 생기는 등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럼에도 자신을 대신하는 게임 속 캐릭터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껴 더욱 게임에 몰입케 한다. 이 때문에 극단적으로는 게임중독이 건강한 사람을 정신적 폐인으로 몰고 가는 질병이라는데 국제사회가 만장일치로 동의한 것이다.

그러나 게임산업은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발전해온 이 시대의 새로운 산업 군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게임산업이 오늘날 게임 분야는 물론 관련 컨텐츠 분야의 연구개발 및 프로게이머라는 새로운 직업군을 창출한 것만 봐도 그렇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는 게임산업이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게임산업은 게임뿐 아니라 다른 컨텐츠 산업의 근간이 되고 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WHO의 결정을 빌미로 정부가 게임 개발을 규제함으로써 관련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임업체 매출의 일정 비율을 중독 치유 부담금으로 부과해 게임산업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

게임산업의 세계 시장 규모는 현재 연간 160조원에 달한다. 앞으로 매년 5%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시장은 연간 13조원에 달한다. 이에 따른 기술 개발 인력 등 일자리 창출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해선 정부가 국내 게임산업을 적극 육성할 필요성까지 제기된다. 

따라서 정부는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했다고 해서 무조건 게임을 억제하거나 규제할 것이 아니라 어린이ㆍ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과 상담을 통한 게임중독 예방 및 치유체계를 갖춰 중독예방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정확한 확률 계산과 전략으로 두뇌게임을 하는 프로게이머를 게임중독자로 분류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정부의 세심한 대응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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