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전 세계 제약업계의 화두는 대형 M&A(인수ㆍ합병)와 암 치료제 영역 강화다. 

일본의 제약 전문지 Answer News는 1일 올해 상반기 제약계 흐름을 분석하면서 ▲사업 다각화를 위한 몸집키우기 ▲암 치료 파이프라인 확대에 두었다.

특히 대형 M&A로 업계 순위가 뒤바뀌는 등 외형적 변화가 있지만 신약 개발 등 덩치에 맞는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투자에는 아직 가시적인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지난해 전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 M&A 건수는 1438건으로 거래액만 3396억달러(약 400조)에 달해 최근 10년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M&A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기업들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인수ㆍ합병으로 두 기업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과 그동안 폐쇄적인 제약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원래 M&A가 활발했던 제약업계이지만 올해는 특히 대형 인수가 많았다.

올해 상반기 대형 M&A는 신년 벽두부터 나왔다. 1월 3일 BMS가 세엘진을 약 740억달러에 사들이면서 시작됐다. 

하이라이트는 애브비의 앨러간 인수합병이다. 작년 8위였던 미국 아브비가 6월25일 630억달러에 앨러간(19위) 인수를 발표한 뒤 두 회사 매출을 단순 합산하면 485억4000만달러로 세계 4위의 제약사를 탄생시켰다. 작년 매출 순위로 보면 스위스 로슈가 579억8300만달러로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미국의 화이자로 536억4700만달러를 기록했다. 3위는 스위스 노바티스(519억달러)다.

또 다른 변화는 중추 신경계 영역 강화다. 애브비 CEO 곤자레스는 앨러간 매수 직후 "혁신에 주력하고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하겠다“고 밝혔다.

애비브는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휴미라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의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휴미라는 2023년 특허 만료로 바이오시밀러와 경쟁 국면에 들어서 있고 유럽에서는 이미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애브비는 앨러간 인수를 통해 휴미라 의존도를 40%까지 내릴 전망이다. 인수한 앨러간 3월에 FDA에 승인 신청한 편두통 치료제의 경구 CGRP 수용체 길항제 '유브로게판트'(ubrogepant) 등 중추 신경계 영역의 파이프 라인도 풍부 이런 기반을 통해 중추 신경계 파이프라인을 확대할 계획이다.

릴리와 화이자도 몸집 키우기에 나섰다. 2월에 미국 릴리가 항암제 개발 전문기업인 미국 록소 온콜로지를 8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화이자도 6월에 미국 어레이 바이오파마를 114억달러에 사들였고 일본 다케다도 지난해 희귀질환에 강점을 갖고 있는 아일랜드 제약사 샤이어를 460억파운드(약 68조원)에 인수하면서 글로벌 제약사 10위권에 진입했다. 규모는 작지만 로슈도 스파크 테라퓨틱스를 48억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다케다와 애브비를 제외하고 최근 M&A에선 암 영역의 강화를 노린 것이 눈에 띈다. 면역 검사 점 억제제 ‘옵디보’ 등 여러 암 면역 요법 약물을 개발ㆍ판매하고 있는 브리스톨은 세엘진 인수로 카티(CAR-T) 세포 요법을 획득했다. 혈액암 치료에 효과를 보인 CAR-T 계열 신약물질이 폐암, 췌장암 등 고형암 치료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고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선 고형암 치료를 목표로 하는 카티 계열 신약물질이 화두로 떠올랐다. 

세엘진의 CAR-T 세포치료제 'JCAR017'가 악성림프종의 일종인 공격적 B세포성 비호지킨림프종을 대상으로 일본 후생노동성으로부터 2018년 희귀질환용 재생의료제품으로 지정됐다.

미국 IQVIA에 따르면 2018년 세계 암 치료제 시장은 전년 대비 16.2% 증가한 1214억 달러 (약 13조원)로 앞으로도 면역 요법을 중심으로 고성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릴리도 록소를 인수해 TRK 억제제 '비트락비'를 손에 넣게 됐다. 비트락비는 암의 위치보다 종양의 유전적 변이에 따른 항암제로 주목된다.

릴리는 비트락비 외에도 TRK 억제제 'LOXO-195', RET 억제제 'LOXO-292' 등 항암 후보물질도 획득했다. 특히 LOXO-292는 FDA로부터 갑상선암과 비소세포폐암에 대해 획기적의약품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리리카'(Lyrica)의 특허만료를 앞둔 화이자도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나섰다. 이 회사가 사들인 어레이 바이오파마(Array Biopharma)에는 지난해 비라프(BRAF) 유전자 변이 전이성 흑색종 치료제로 사용되는 '멕토비'(MEKTOVI)와 '브라브토비'(BRAFTOVI)에 대한 미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회사는 두 약물을 전이성 대장암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5월 발표한 임상 3상 중간 결과 반응률은 26.1%로 대조군(1.9%) 대비 월등히 높게 나타났으며 사망 위험도 48% 낮췄다.

그러나 일부에선 M&A가 제품 라인업과 파이프 라인을 충실시키는 전략적 옵션이지만 결국 신약개발로 이어지지 못하면 또 다른 M&A만 반복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규모가 커졌다고 해서 성장을 견인하는 신약을 창출하지 않는다. 결국 연구개발력의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메디소비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